[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의 유투브 저격에 이어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사회주택 재구조화 방침을 발표하면서 사실상 사업자 떼어내기 수순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울시는 사회주택의 사업실태를 심층적으로 살펴보기 위한 감사를 실시하고 향후 지속가능한 사업구조를 만들기 위해 정책 재구조화 작업에 나선다고 1일 발표했다. 지난달 26일 유투브 채널 서울시장 오세훈TV의 사회주택 재검토 지시 이후 일주일여만이다.
서울시는 사회주택 정책 재구조화 근거로 사회주택 공급이 계획 대비 61.8%에 그치고 있으며, 입주자 보호에 취약해 지속가능성이 낮다고 제시했다. 서울시는 향후 SH가 직접 사회주택 사업을 실행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시의 이날 발표는 민관협력사업인 사회주택을 두고 파트너격인 사업자들과의 사전협의나 충분한 검토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져 기존 사업자들을 배제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사회주택 공급량이 계획 대비 부족하지만 이는 단순히 사업자만의 문제라고 보기 힘들다. 올해 서울시 사회주택 예산은 173억원으로 작년 415억원에서 반토막났다. 주거취약계층의 주거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애초에 서울시가 사회주택을 계획대로 공급할 의지를 기대하기 어려운 예산이다.
올해 토지지원리츠 사회주택 공모 공고 역시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공급을 준비했던 사업자들만 토지를 계약하지 못하고 날릴 상황에 처해 있다. 서울시가 충분한 양을 공급하려 했는데 사업자가 미진했다기보단, 서울시가 토지 구입에 필요한 예산 조달에 소극적이었다거나 아직 시장성을 갖춘 사업구조가 자리잡지 못했다.
서울시가 사회주택 입주자 보호 취약의 예로 든 D주택협동조합도 도리어 사업자들이 입주자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선 사례다. 서울시는 2016년 빈집살리기형 사회주택을 시행하면서 D주택협동조합에 많은 물량을 배정했고, D주택협동조합은 부실 운영 끝에 2019년 사업을 중단했다.
당시 D주택협동조합이 운영하던 17곳의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떼일 위기에 처했지만, 서울시는 자체 예산 투입 불가 방침을 고수했다. 결국 다른 사업자들이 나서서 공동 출자해 사회주택관리를 설립해 당장 인수 가능한 13곳 152호를 인수했다.
사회주택관리는 작년 코로나 위기로 공실이 속출하는 상황에서도 책임을 분담해 작년 연말 64명에게 4억2600만원의 보증금을 돌려주었다. 이후 13곳은 기존 입주자 외에도 신규 입주자를 받으며 정상 운영 중이다. 이 공로로 서울시는 오세훈 서울시장 명의로 지난 4월23일 표창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이한솔 사회주택협회 이사장은 “서울시가 사회주택 사업의 문제점을 사업자 탓으로만 일관하는 것은 사업자들을 떼어내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며 “사회주택 사업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입주자들을 불안하게 하지 말고 사회주택사업의 발전을 위해 대화에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 사회주택을 SH공사가 직접 운영하는 방안이 결정된 것은 아니고 사회주택에 대한 전반적인 감사 결과에 따라 여러 방안 중 하나로 검토하겠다”며 “현재 입주자들이 불안하지 않게 사는 방향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을과집 사회주택 입주자들이 커뮤니티 모임을 갖는 모습. 사진/한국사회주택협회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