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31일 국회 본회의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 법안으로는 탄소중립이 의미하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 제로’를 달성하기란 불가능하다.그래서 필자는 이 법에서 ‘탄소중립’을 떼고, ‘녹색성장 기본법’을 약칭으로 불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UN 차원에서 권고하고 있는 것은 2030년까지 ‘2010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45%이상’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경우 2010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6억 5천 6백만톤(총배출량 기준)이었으니까, 그것의 45%를 줄이려면 연간 배출량을 3억 6000만톤까지 줄여야 한다.
그런데 국회를 통과한 녹색성장기본법은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최소 35%’를 줄이겠다고 하고 있다. 그런데 2018년에는 이미 대한민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7억 2700만톤까지 늘어났고, 그것의 35%를 줄이면 4억 7200만톤 수준이 된다. 유엔이 권고하는 것에 비해서는 1억 1천만톤 이상을 더 배출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2030년에 이렇게밖에 못 줄이면, 2050년에 탄소중립이 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니까 이 법안은 탄소중립 법안이 아닌 것이다.
물론 ‘최소 35%’를 줄인다고 했으니 더 줄이면 될 것아니냐? 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화석연료에 의존해온 산업구조와 생활방식 모두를 바꿔야 하는 일이다. 그런데 ‘최소 35%’라고 법률에 넣어 놓으면, ‘최소 35%’가 아니라 ‘최대 35%’가 되기 쉽다.
그런 점에서 이 법안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법안도 되지 못하고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는 법안도 되지 못한다. 게다가 법안 명칭에 ‘녹색성장’이라는 단어까지 넣어 놓았다. 도대체 원래 존재하던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위원회 설치하고, 기금 설치하는 것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것도 구태의연하기 짝이 없다. 지금까지 온실가스 감축을 못한 것이 위원회가 없었기 때문인가? 기후는 ‘위기’인데, 대응방침은 안이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만약 독일이었다면, 독일 헌법재판소가 이런 법률에 대해서는 위헌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독일 헌법재판소는 지난 4월 연방기후보호법의 온실가스 감축내용이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기 때문이다.
독일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라고 판단한 연방기후보호법의 목표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최소 55%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녹색성장기본법’ 보다 훨씬 강력한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독일 헌법재판소는 ‘온실가스 감축내용이 불충분해서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을 내리고, 2022년 12월 31일까지 법률을 개정할 것을 촉구했다. 이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에 독일 정치권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더 줄이기 위한 새로운 목표에 관한 논의에 들어갔다. 독일 녹색당은 2030년까지 70%를 감축하자는 의견을 냈다. 독일 연방정부는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65%를 감축하고 2040년까지 88%를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상향으로 타격이 예상되는 산업에 대해서는 지원책도 발표했다.
물론 독일의 상황과 대한민국의 상황은 같지 않다. 독일은 이미 온실가스 감축노력을 해 온 반면, 대한민국은 그동안 손놓고 있다시피했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녹색성장’운운하면서 온실가스 감축보다는 4대강 사업같은 토건개발사업을 벌였다.
그러나 지금의 여당과 정부는 과연 얼마나 다른가? 탄소중립을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탄소중립이 불가능한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가덕도 신공항같은 토건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차라리 거대양당의 정치인들이 솔직하기라도 하면 좋겠다. ‘우리는 탄소중립에 대한 의지가 없다. 우리는 당장 눈앞의 권력을 유지하고 그것을 위해 개발사업 벌이는데 관심있다’라고 하면, 유권자들이 판단이라도 할 것아닌가?
그러나 거대정당의 정치인들에게 그런 솔직함도 기대할 수 없으니, 기후위기를 진정으로 걱정하는 사람들은 독일처럼 ‘녹색성장기본법’에 대해 헌법소송이라도 해야 하나 라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물론 대한민국 헌법재판관들의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수준을 믿을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그래도 뭔가를 해야 할 것 아닌가?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