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자신이 스토킹하던 여성과 가족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김태현의 재판에서 유족이 엄벌을 촉구했다. 김태현은 범행이 우발적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재판장 오권철)는 6일 살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태현의 4회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서는 스토킹 살인 피해자 A씨의 이모 B씨 등 유족 두 명이 증인으로 나왔다. B씨는 자신의 동생인 A씨 어머니가 힘들게 자녀 양육을 해왔고 심성이 착했다고 증언했다. 동생이 세상을 떠난 이후 식사를 제대로 못하는 등 슬픔을 주체할 수 없다고 했다.
B씨는 "엄마가 쓰러질까봐 도저히 말 할 수 없었다"며 "엄마를 보면 눈물부터 나고 우리고 (요양원에) 면회를 못 가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 포토라인에 선 김태현을 봤을 때 심정에 대해서는 "좌중을 훑어보면서 여유있게 말하는 것을 보니까 죄를 반성하는 기미도 없고, 역시 죽어 마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동생 가족은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고 사랑하는 아름다운 가족이었다"며 "핸드폰 사진으로만 봐야하는 게 가슴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또 "지워지지 않을 아픔을 헤아려주고 모두가 편안히 살아갈 수 있도록 법정 최고형에 처해질 수 있도록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증언을 마친 B씨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가족들의 부축을 받아야 했다.
피고인 신문에서 김태현은 자신의 범행이 우발적이었다고 주장했다. 김태현은 "맨 처음에 (피해자 집에) 들어왔을 때 오로지 위협해서 제압해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며 "누가 있다는 것은 생각도 못 해봤다"고 말했다.
앞서 김태현은 경찰 조사 당시 자신이 스토킹하던 피해자 A씨 가족들을 처음부터 살해할 생각이었다고 진술한 뒤 번복했다.
검찰은 "방해가 된다면 (A씨의) 가족들도 해칠 수밖에 없다는 인식(미필적 고의)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추궁했다. 김태현은 "죄송하다"고 말했다.
또 검찰은 피해자 집에 누가, 몇 명 있을 지 모르는 상태로 들어가고도 계획대로 A씨 목숨만 앗아갈 수 있었겠느냐고 물었다. 김태현은 "위험한 흉기를 들고 있으니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13일 오전 10시 결심공판을 열고 반대신문과 최종 진술을 진행한다.
김태현은 지난해 11월 알게 된 여성 A씨가 연락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스토킹 하다가 지난 3월 23일 집으로 찾아가 A씨 어머니와 여동생, A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김태현은 A씨에게 원치 않는 연락을 시도하고 상점에서 범행 도구를 훔친 혐의 등도 있다.
노원 세모녀 살인사건 피의자 김태현이 지난 4월 9일 오전 서울 도봉구 도봉경찰서에서 검찰 송치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