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법무법인 대건에 낭보가 잇따른다. 그간 ‘형사사건 전문’이라는 주춧돌을 놓고 지난해 7월 법무법인으로 전환한데 이어 지난 2월 사무실을 확장·이전했다. 이와 함께 대건은 '깜짝 인사'로 김종빈 전 검찰총장을 영입하며 새 닻을 올렸다.
대건은 변호사들을 대거 들여 핀테크·IT 전담팀을 재정비하는 등 업무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피해액만 10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가상자산 거래소 브이글로벌 사건과 세모녀 갭투자 전세사기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맡았다.
김종빈 전 검찰총장 영입…사법체계 변화 대응
최준영 대표변호사와 공형진 대표변호사가 설립한 형사사건 전문 법률사무소에서 시작한 대건은 지난해 7월 법무법인으로 전환했다. 대건은 초창기 형사사건에 있어 높은 무혐의, 무죄율로 인정받으며 빠르게 성장했다.
법무법인 전환 후 대건은 팀제 개편 및 규모를 확대하면서 금융사기·성범죄·마약·교통·가사 등 분야별 전담센터를 확장했다. 핀테크 전문 한상준 변호사 등 각 분야 경력을 갖춘 변호사들을 영입하고 지난해 9월 '대건 핀테크·IT 전담팀'을 재정비하는 등 팀별, 분야별 협업을 통한 집단소송에 집중한다.
변호사 등 직원 수는 지난해 보다 2배 가량 늘었다. 현재 대건에서 일하는 총인원은 26명이며 △고문변호사 3명 △대표변호사 3명 △파트너 변호사 6명 △어쏘변호사 4명 △수습변호사 1명 △사무원 9명 등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주로 △성범죄 △보이스피싱 △금융사기 △마약 △이혼 △재건축·재개발 △부동산 △기업 등 8가지 분야 사건을 맡는다. 이에 따라 대건은 올해 초 사무실을 확장·이전했다. 분사무소 개설도 검토 중이다.
김종빈 대표변호사. 사진/법무법인 대건
지난 2월에는 김종빈 전 검찰총장을 영입했다. 1978년부터 30여년간 검찰에 몸담아온 김 전 총장은 1990년 수원지검 강력부장, 대검 중수부장 재직, 대검 차장을 거쳐 제34대 검찰총장을 지냈다.
검경수사권 조정, 검찰 개혁 등 전반적인 사법 개편 속 대건은 김 전 총장의 합류로 내부가 고무된 분위기다. 김 전 총장은 2005년 재임 당시 지금과 같은 사법체계 변화 속 각종 외풍을 겪었던 인물이다.
김 전 총장 영입 이후 대건 검찰형사그룹은 검찰의 공판 업무 비중 강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한상준 대표변호사는 “법무법인 대건에서 진행 중인 사건 대부분이 집단소송”이라며 “서류접수, 분류, 범죄 일람표 작성, 소장 작성까지 유기적이고 신속하게 처리돼야 하는 만큼 대건은 ‘조직력’이 매우 중요한 로펌인데 김 전 총장을 모신 이후 구심점이 더욱 단단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대건에서는 △성범죄 사건 전문 최준영 변호사 △‘세모녀 갭투자 투기단’ 사건을 맡고 있는 부동산 전문 공형진 변호사 △핀테크·IT 신종 금융범죄 전문 한상준 변호사 등이 스타플레이어로 꼽힌다.
다만 대건은 집단소송을 주로 맡아 ‘스타플레이어’ 보다는 ‘팀 플레이어’를 중요하게 여긴다.
핀테크 IT 전담팀 재정비… 집단소송 공들여
(아랫줄 왼쪽부터) 공형진 대표변호사, 최준영 대표변호사, 김종빈 대표변호사, 공창희 대표변호사, 한상준 대표변호사 (윗줄 왼쪽부터) 최지호 변호사, 정다솔 변호사, 채보미 변호사, 박재성 변호사, 이승권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대건
특히 현재 진행 중인 ‘브이글로벌’ 집단소송은 ‘대건 핀테크·IT 전담팀 중심’으로 꾸려지고 있다. '대건 핀테크·IT 전담팀'은 전자금융거래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등에 관한 법률 및 행정규제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보유한 변호사와 IT부문 기술·금융규제 전담 인력들로 구성됐다.
대건 핀테크·IT 전담팀에서 맡은 ‘브이글로벌’ 사건은 피해액만 1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가상자산 범죄 수사 중 역대급 규모다. 브이글로벌 외에도 비트소닉 가상자산 거래소, 이더월렛, VMP플랫폼 등의 사건들을 진행 중이다.
한 변호사는 “브이글로벌 사건의 경우 지난해 11월부터 관련 증거들을 수집하기 위해 잠입하고, 미리 환불절차를 진행하는 등 공을 많이 들인 사건”이라며 “최대한 많은 피해자들을 대리해 고소절차 대리뿐 아니라 추후 진행될 몰수보전 재산 피해자 환부절차까지 꼼꼼하게 대행해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대건 핀테크·IT 전담팀은 비트소닉 거래소 가상자산 이동 경로 등을 분석한 자료를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이에 따른 몰수보전 조치 등으로 추후 피해 회복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신종 유사수신 사기 수법으로 P2P(개인대개인)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던 ‘몽키레전드’ 사건은 합의를 이뤄 피해회복을 마쳤다.
대건은 국회에서 쏟아지는 가상자산 법안과 조세 관련 발생 가능한 분쟁에도 대비하고 있다. 한 변호사는 “핀테크·IT 분야는 법률부터 제도, 판례나 수사방향 등이 정립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사건 처리의 가이드가 정확하게 없는 상태인데 대건이 신종 핀테크·IT 관련 금융범죄 사건의 가이드를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패재산몰수법상 피해자 환부 절차가 대표적 사례”라며 “이러한 절차를 미리 준비해서 시행하는 법무법인은 극소수”라고 부연했다.
형사·민사 소송뿐 아니라 실질적인 피해회복을 위해 시행되는 제도를 가장 먼저 분석하고 시스템을 구축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신종 사기범죄 피해자 위한 리딩 판례 준비"
사진/법무법인 대건
또한 대건 부동산소송팀은 이른바 ‘세모녀 갭투자 사기’라 불리는 300억원 규모 ‘깡통전세 사기사건’을 맡고 있다. 이 같은 기획부동산 사기사건은 피해자 1명당 피해 액수와 규모가 천문학적으로 커 반환 가능성이 관건이다.
그러나 500채 이상의 주택을 매입한 뒤 세입자들에게 주택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세모녀 갭투자 사기사건’은 관련 판례가 없어 사건 진행이 수월하지 않은 상황이다.
대건은 이 사건 피해자들을 대리하며 조직적인 깡통전세 사기사건 리딩 판례를 만들고자 한다.
한 변호사는 “피해자들의 피해회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법무법인으로서 ‘대건이 못하면 아무도 못 한다’는 신념으로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며 “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정확한 솔루션을 제시하고 가장 효율적인 분쟁해결 및 대응을 통해 새로운 유형의 사건 가이드를 만들어나가겠다”고 했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