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군대 동기끼리 모인 온라인 대화방에서 비합리적인 명령을 내린 상관을 '도라이'로 불렀다면 상관모욕죄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해군 부사관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상관모욕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에 되돌려 보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목욕탕 청소상태 점검방식 등과 관련된 피해자의 행동이 상식에 어긋나고 이해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 상관인 피해자를 경멸적으로 비난한 것으로 모욕적인 언사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장마철에 습기가 많은 목욕탕을 청소해야 하는 피고인의 입장에서 피해자의 청소상태 점검방식과 그에 따른 과실 지적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과정에서 즉흥적이고 우발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파기환송 이유를 밝혔다.
이어 "(문제 된 대화방은) 교육생들 사이의 의사소통을 위한 목적으로 개설돼 교육생 신분에서 가질 수 있는 불평불만을 토로하는 공간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었고, 교육생 상당수가 별다른 거리낌 없이 욕설을 포함한 비속어를 사용해 대화하고 있었다"며 "목욕탕 청소를 담당했던 다른 교육생들도 단체 채팅방에서 피고인과 비슷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는데, 피고인의 이 사건 표현은 단 1회에 그쳤고, 그 부분이 전체 대화 내용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또 "(도라이는) 근래 비공개적인 상황에서는 일상생활에서 드물지 않게 사용되고 그 표현이 내포하는 모욕의 정도도 경미한 수준"이라며 "동기 교육생들끼리 고충을 토로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사이버공간에서 상관인 피해자에 대해 일부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하게 된 것에 불과하고, 이로 인해 군의 조직질서와 정당한 지휘체계가 문란하게 되었다고 보이지 않으므로, 이러한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해군 부사관인 A씨는 지난 2019년 부사관 후보생으로 입대해 하사 임관후 초급 교육을 받았다.
A씨는 동기들과 카카오톡 채팅방을 만들고 식사 당번과 면회 당직 등 공지사항을 전달하거나 서로 고충을 토로했다.
그해 7월 지도관 B씨는 교육생들에게 일주일간 목욕탕 청소를 지시했다. 그는 양말을 신고 목욕탕에 들어가 양말이 젖는지 확인하는 식으로 청소 상태를 검사했다. B씨는 물기 제거 상태가 불량하다는 등 이유로 A씨에게 과실점수 25점을 매겼다. A씨는 누적된 과실점수로 외출·외박이 제한됐다.
이에 A씨는 동기 채팅방에서 B씨를 가리켜 "도라이 ㅋㅋㅋ 습기가 그렇게 많은데"라고 적었다.
1심은 A씨에 대해 무죄로 선고했다. 반면 2심은 해당 표현이 B씨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췌손하는 모욕적 언사이고, 형법상 정당행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며 유죄 판단했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