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국내에서 자격을 갖추지 않은 미국 변호사가 자신의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 영어 이름으로 '변호사'라고 소개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에 변호사법 112조 3호에서 정한 '변호사가 아니면서 변호사를 표시 또는 기재한 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국내 법무법인에서 영문 계약서 검토, 외국 고객과의 교섭 등 업무를 담당한 영어 이름이 'D'인 미국 변호사 A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B포럼에 참석한 것과 관련한 글을 게시하면서 '#D변호사'라고 기재하고,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도 변호사로 표시 또는 기재한 혐의로 기소됐다.
변호사법 112조 3항은 '변호사가 아니면서 변호사나 법률사무소를 표시 또는 기재하거나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법률 상담이나 그 밖의 법률 사무를 취급하는 뜻을 표시 또는 기재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심은 "피고인의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D변호사', 'B변호사'란 표시가 있다 하더라도 변호사법 112조가 금지하는 변호사 아닌 자가 변호사로 표시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면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해당 블로그에는 피고인을 소개하는 란에 미국 뉴욕주 변호사임을 명시하고 있고, 대한민국의 사법시험이나 변호사 자격을 암시하는 내용은 기재돼 있지 않다"며 "블로그의 게시물에는 법률 사무와 관련된 내용은 보이지 않고, 피고인 소속 법무법인의 홈페이지, 연락처 등을 게시하거나 이를 홍보·유인하는 링크는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피고인이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글이나 사진은 대부분 자신의 일상에 관한 내용"이라며 "피고인이 사용한 '#D변호사', '#B변호사'는 게시물 본문 아래에 부가되는 해시태그로, 특정 단어나 문구 앞에 '#'을 써서 그 단어와 관련된 정보를 모아 공유할 수 있도록 해주는 표시에 불과할 뿐 그 자체로 어떠한 의미를 표시하지는 않는다"고 부연했다.
2심 역시 "이 사건 각 변호사법 위반의 점은 피고인이 자신의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 자신을 'D변호사' 등으로 표시했다는 것인데, 피고인의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의 경우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서 명함이나 소속 법무법인의 홈페이지 등과는 달리 직접적인 업무 관련성이 없다"면서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