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중도 포기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며 경선 완주 의사를 분명히 했다. '꼴등'의 비정한 현실은 인정하면서도 '균형발전'의 깃발만큼은 내려놓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그는 "차기 정부 5년이 정말 마지막 (균형발전을 실현할)골든타임"이라며 부동산, 교육, 기후, 교통, 환경 등 한국이 안고 있는 모든 문제점을 서울 중심의 수도권 일극 체제 후유증으로 봤다. 김 후보는 "대한민국은 성 안에 수도권이라는 나라, 성 밖에는 비수도권이라는 나라가 있다"며 이를 해결하지 않고는 "서울은 오아시스, 지방은 사막이 된다. 비수도권이 수도권 부스러기나 뜯어먹고 살게 된다"고 우려했다.
김 후보는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뉴스토마토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충청권 경선 결과를 접한 소회와 앞으로의 각오, 이재명 후보에 대한 기대와 우려, 그리고 친문 진영에 대한 섭섭함까지 솔직하게 털어놨다.
"후보 단일화 의미 없다, '이재명 쏠림' 심해질 것…이재명, 민주주의자인지 의심"
김 후보는 '이재명 대세'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여타 후보들의 단일화 등도 판세에 큰 의미가 없다고 봤다. 그는 "합종연횡이나 단일화가 크게 의미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면서 "2위와 3위 후보가 단일화를 해서 1위를 뛰어넘을 수 있는 그런 상황이어야 의미가 있을 텐데, 지금 이재명 후보가 독주를 하고 있고 앞으로도 쏠림 현상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 후보가 높은 지지도를 보이는 데 대해서는 "성남시장이나 경기도지사를 하며 성과로 보여줬고, 과감한 추진력 등에 대해 국민이 신뢰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우려도 빼놓지 않았다. 김 후보는 "추진력, 결단력 다 좋은데 그것만 가지고는 국정을 끌고 갈 수 있는 게 아니다"며 "민주적 리더십이 중요하다. 그런데 민주주의자인가에 대한 의심을 하게 된다"고 직격했다. 국민의힘 대표로 0선의 젊은 이준석 후보가 당선되고 여당 대선 1위 주자로 국회 경험이 전무한 이재명 경기지사가 올라선 현상에 대해서는 "정치에 대한 (국민적)혐오, 불신 이런 게 강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앞서 김 후보는 지난 4·5일 치러진 충청권 경선에서 0.87% 득표에 그쳤다. 6명 후보 중 꼴찌였다. 문제는 영남권 성적표. 영남권 경선 결과마저 초라할 경우 김 후보는 정치적 재기가 어려울 정도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많은 분들의 염려를 모르지 않는다"면서도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가치와 정책을 차분하게 설명하겠다"고 했다. 그에게 '균형발전'은 서울공화국을 해체하고 지방도 잘 사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정치 비전인 동시에, 지역주의 극복과 함께 계승해야 할 '노무현 정신'이었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9일 국회 의원실에서 <뉴스토마토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충청권 경선 때 낮은 득표율을 얻은 소회, 앞으로의 각오, 정국의 각종 현안에 관한 입장 등을 밝혔다. 사진/뉴스토마토
"나는 친노비문…노무현 정신은 확고히 지킨다"
김 후보는 "노무현 정신을 제가 온전하게 다 승계하는 건 아니지만 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지역주의 돌파는 누구보다도 제가 계승자라고 생각한다"며 "그런데 요즘 친노, 친문도 다 다른 데(이재명캠프 지칭) 가서 세월무상을 느낀다고 해야 하나, 권력무상을 느낀다고 해야 하나. 솔직히 그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리틀 노무현'으로 불렸지만, 사실 친노 진영에서조차 변방이었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사실"이라며 "성골, 진골도 아니고 6두품 쯤 된다"고 말했다. 다만 "성골보다 더 노 대통령으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지나치게 나를 아껴주고 염려를 했다"고 부연했다. 이후 2012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 자리를 놓고 당시 문재인 후보와 격돌했고, 이는 그가 친문 진영에서 사실상 퇴출된 계기가 됐다는 게 여권 정설이다. 그는 "나는 친노비문"이라며 "노무현 정신은 확고히 지키면서 정치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규정했다.
친문 진영에 대한 섭섭함도 드러냈다. 김 후보는 "2012년 앙금들이 좀 남아 있다. 지금도 곁을 안 내주는 분들이 있다"며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선 사람(이낙연 후보를 지칭)도 용서하면서 (2012년 대선) 경선 과정에서 '문재인으로 질 것이냐, 김두관으로 이길 것이냐' 이걸 썼다고 해서 지금까지도 꽁하는 건 과하다. 어떻게 나한테는 그렇게 기준이 끝까지 가혹한지. 그것도 내 업보라고, 운명이라고 생각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아직 문재인 대통령과 화해 기회가 없어 아쉽다는 김 후보는 "퇴임 후 만남"을 기다리겠다고 했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9일 국회 의원실에서 <뉴스토마토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충청권 경선 때 낮은 득표율을 얻은 소회, 앞으로의 각오, 정국의 각종 현안에 관한 입장 등을 밝혔다. 사진/뉴스토마토
"야권 후보는 홍준표…고발사주 의혹은 검찰 업보"
국민의힘 후보로는 홍준표, 유승민 두 사람을 유력하게 꼽았다. 김 후보는 "홍 후보가 대구경북(TK), 부산경남(PK)에 다 기반이 있다. 그리고 지금 20대에게 가장 인기가 있다"며 "대중적 언어로 간결하고 시원하게 말한다"고 진단했다. 유 후보에 대해서는 "경제 전문가 이미지, 중도 외연 확장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박근혜)배신자 프레임에 걸려서 대구경북에서 아예 지지가 없다. 그쪽 당 기반은 TK인데"라고 한계를 짚었다. 그러면서 "이번 대선은 홍준표, 윤석열, 이재명 이런 과의 분들이 훨씬 더 득세하는 흐름 같다"며 "적과의 동침 아닌가요"라고 뼈 있는 반문을 남겼다.
아울러 현 정국의 최대 이슈인 윤석열 검찰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서는 "검찰이 기소와 수사권을 독점하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업보라고 생각한다"며 진실인지를 보려면 "이런 경우는 누가 수혜를 보느냐. 윤석열 전 총장, 한동훈 검사장, 김건희씨가 그 고발을 통해 수혜를 보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충분히 합리적 의심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전쟁 중인 검찰개혁의 마무리를 과제로 제시했다.
대담=김기성 정치부장
정리=최병호 기자
영상=김건·이재성 PD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