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앞두고 전국 곳곳에서 택배노조와 대리점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1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복합물류단지에서 택배사 직원들이 분류 작업을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추석을 앞두고 전국 곳곳에서 택배 노동조합과 대리점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지난달 경기도 김포의 한 택배 대리점장이 사망한 이후 택배대리점연합회와 노조가 서로의 부당행위를 폭로하고 나선 가운데, 부산에서는 갈등을 겪고 있는 한 택배 대리점이 직장폐쇄를 선언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로젠택배 부산 사하지점은 지난 6일 직장폐쇄에 들어갔다. 택배 노사가 참여한 사회적 합의에 따라 지난 1일부터 분류인력이 순차적으로 투입됐어야 하지만 사하지점의 경우 당일 분류인력이 투입되지 않아 배송에 차질이 생겼다. 로젠택배 노사는 이후 분류인력의 단계적 투입에 합의했고 정상 배송을 시작했으나 6일 오전 지점에서 직장폐쇄 공문을 발생하고 터미널의 통행을 막았다.
노조측은 택배 분류인력 투입을 요구했더니 회사가 일방적으로 직장을 폐쇄했다고 주장했다. 노조측에 따르면 사하지점은 회사 게시판을 통해 '노조가 의도적으로 배송을 하지 않아 식품이 상하고 썩은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반면 노조는 분류인력이 투입되지 않아 하차 작업에 차질을 빚으면서 식품 배송이 진행되지 않았고, 이는 본사와 합의된 내용이라는 것이다.
택배노조는 전일 서울 용산구 로젠택배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가 쟁의행위를 하지 않았음에도 로젠택배 사하지점이 공격적 직장폐쇄를 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라며 "노조는 로젠택배 사하지점에 대해 부당노동행위 고발, 손해배상 청구 등 모든 법적 조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이어 "2차 사회적 합의에 명시된 분류작업 인력투입을 요구했다고 추석 특수기에 터미널을 폐쇄하고 노동자를 거리로 내모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며 "불법적 직장폐쇄를 강행한 로젠택배 사하지점을 규탄하며 분류작업 인원투입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문제를 키워온 로젠택배 본사에 문제 해결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CJ대한통운(000120) 김포 장기대리점장이 노조 조합원들의 폭언과 집단 괴롭힘을 밝히며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후 대리점은 노조의 무리한 요구와 부당 행위를, 노조는 대리점과 원청의 사회적 합의 불이행 등을 주장하며 대립중이다.
부산에서는 수수료 조정을 둘러싼 갈등 상황도 벌어졌다. 택배노조 부산지부는 대리점에 단체임금협상을 요구하며 지난 4일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에 부분파업 투쟁에 돌입한다고 통지했다. 부산의 경우 타 지역보다 대리점 수수료가 높아 택배 노동자가 차별당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대리점연합측은 "무리한 요구와 집단 괴롭힘으로 고인을 보낸 전국 택배대리점장의 슬픔이 가시기도 전에 노조는 부산권 내 파업 통보를 해왔다"며 "택배노조는 무리한 요구를 중단하고 국민의 불편을 초래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북 익산에서도 노조의 수수료 인상 요구 및 파업이 3주 넘게 이어지고 있다. 노조는 '수수료율 개선'을 요구하며 지난달 19일부터 파업중이다. 전주에서는 대리점에서 노조 조합원 10명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해 갈등이 빚어졌다.
분류작업 인력 투입과 수수료 인상 요구 등의 이유로 지역 대리점과 노조 간 갈등이 지속되자 소비자 피해도 커졌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배송 물량이 더 늘어나는 시기에 부분 파업 등의 쟁의행위로 배송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익산의 택배 파업이 도대체 언제까지 이어지냐는 지역 주민들의 항의글이 올라오고 있다.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연합은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90개 대리점 대표 중 절반 이상이 노조 간부와 조합원들로부터 폭언, 집단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택배노조는 대리점 대표를 사망에 이르게 한 김포지회 조합원의 제명과 이에 따른 노조 위원장과 집행부의 총사퇴,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근로자에 대한 폭언, 업무방해 금지 명문화 등을 요구했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