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온라인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들을 규제하려는 주요국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미국은 구글, 애플 등의 독점적 지위에 철퇴를 가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으며 중국 역시 정권을 위협할 만큼 입김이 세진 빅테크 기업들을 옥죄기 시작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연방법원은 인앱결제를 강제하는 애플의 앱마켓 정책이 반경쟁적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로 애플은 90일 이내에 개발자들이 앱 내에 외부 결제용 링크를 넣을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연방법원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애플의 인앱결제 강제가 반경쟁적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사진/AP·뉴시스
지난달 31일 국내에서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를 방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된 데 이어 미국에서도 플랫폼 기업의 횡포를 막는 행보가 나타난 것이다.
미국에서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은 바이든 정부 출범 후 꾸준히 있어왔다. 지난 6월 민주당과 공화당 하원 법사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이른바 'GAFA'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더 강력한 온라인 경제: 기회, 혁신, 선택을 위한 반독점 어젠다'라는 이름의 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에는 빅테크 기업들이 독점적 지위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내용들이 담겨있다. 아마존이 입점 고객사들을 차별하지 못하도록 플랫폼과 자체 브랜드 판매를 분리하도록 강제하고 있으며, 경쟁사가 될 것으로 보이는 신생기업의 인수합병(M&A) 심사를 강화하도록 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 바이든 대통령은 리나 칸 컬럼비아대 법대 교수를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칸 위원장은 자신의 이름을 알린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 논문에서 "플랫폼 기업은 막대한 이용자 관련 정보를 손에 쥐고 있다. 이 데이터는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막는 장벽이자 플랫폼 기업이 다른 분야로 손쉽게 진출할 수 있는 지렛대다"라고 기술했다. 그가 FTC의 수장으로 있는 한 플랫폼 기업들에 향하는 칼날은 보다 날카로워질 전망이다.
중국도 빅테크에 대한 본격적인 규제에 돌입했다. 다만 중국 정부의 규제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권력 유지를 위한 성격이 좀 더 짙다. 지난해 10월 알리바바의 창업주인 마윈이 중국의 금융시스템을 정면 비판한 이후 일련의 조치들이 강화됐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 사건 이후 알리바바의 금융 계열사 앤트그룹은 상장이 중단됐고, 중국 최대 차량호출 서비스를 운영 중인 디디추싱은 뉴욕 증시 상장을 강행한 후 정부의 강도 높은 조사 대상에 올랐다.
최근에는 중국 최대 메신저 서비스 '위챗'에 규제의 그림자가 드러웠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위챗은 중국 버전과 해외 버전의 분리 운영 방침을 공지했다. 메신저 계정과 등록된 휴대폰의 사용 장소를 일치시키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위챗의 중국 버전을 사용하면서 해외의 휴대폰 번호를 사용했던 이용자들은 중국 내 번호로 계정을 재인증하거나 해외 버전 위챗으로 앱 설정을 변경해야 한다. 해외 버전 위챗 사용자는 향후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게임, 얼굴인식이 필요한 일련의 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없다.
위챗은 "중국 버전의 서버는 선전에, 해외 버전의 서버는 싱가포르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각각 위치하고 있다"며 메신저 서비스의 분리 배경 등을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메신저를 통해 해외의 '불온한' 정보가 중국 내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구글, 페이스북 등 해외 SNS 서비스를 겨냥해 세웠던 '온라인 만리장성'을 자국 기업의 서비스로도 확대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전세계적으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틱톡은 이미 '더우인'이라는 중국 버전과 글로벌 버전이 별도로 운영되고 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