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대학 기본역량진단 평가의 후폭풍이 거세다. 탈락 대학들은 명예가 크게 실추됐다며 소송까지 추진하고 교육부는 재도전 기회를 논의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평가 잣대를 믿을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는가 하면, 평가 무용론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뉴스토마토>는 이번 진단에 대해 반발이 큰 이유와 평가 기준에 대한 문제제기를 다루고,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정부 지원 정책인 대학 기본역량진단 평가 결과가 나온지 1개월이 다 돼 가지만 후폭풍이 여전히 거세다. 지난달 17일 가결과 발표에서 탈락한 대학 52곳은 지난 3일 확정된 최종 결과도 수용하지 못하고 공동 소송을 추진하는가 하면, 최근 인하대·군산대·위덕대에서는 총장들이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달에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인천 지역 여당 의원과 지역위원장 13명 전원이 인하대 구제를 촉구하고 고등교육평가 전반을 국정검사·예산심사에서 다루겠다고 했다. 중구·강화·옹진을 지역구로 한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 역시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대학에 대한 각종 정부 지원 사업 중에서도 유독 이번 평가에 반발이 큰 이유는 미선정 대학에 '부실대학'이라는 낙인이 찍히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시작한 대학 수시부터 정시까지 대입 과정을 통한 신입생 유입에 지장이 갈까봐 대학들이 걱정하는 것이다. 지원 경쟁률이 떨어지거나 입학 '커트라인'이 내려가는 일 등이 예측되고 있다. 성신여대 관계자는 "1년에 40억원 넘는 지원을 못 받는 것도 큰 피해지만 재정보다는 부실대라는 꼬리표가 가장 크다"고 토로했다.
이런 낙인은 해당 대학들은 물론 교육부도 오해라고 부정하고 있는 형편이다. 부실대학이라고 할 수 있는 재정지원제한 대학은 이미 지난 4월 교육부가 발표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부실대학과 미선정 발표를 분리한 것이 오해를 낳은 요인이라고 보기도 한다. 군산대 관계자는 "상반기 부실대학을 발표하고 사람들 기억에서 어느 정도 잊혀져가는 시점에서 미선정을 터뜨려버리니 오해 소지가 충분히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거와 달리 낙인 찍힌 후 극복하기 힘든 환경이라는 점도 반발에 한몫한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신입생이 가장 많이 줄어들어 대학이 가장 궁핍할 시기에 가장 크게 지원되는 대규모 사업이다보니 재정적 타격이 크다"며 “2주기 평가 때는 100% 충원됐지만 지금은 다르다”고 말했다.
거센 반발에 직면한 교육부는 지난 3일 최종 결과를 발표하면서 "대학협의체, 국회 등의 추천을 받고 별도 협의기구를 구성해 재도전 기회를 논의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학 기본역량진단 평가는 정부가 정원 감축 등 구조개혁과 혁신 정책을 하는 대신 대학에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지난 2015년 정원 감축만 하고 지원이 없던 '대학 구조개혁 평가'에서 시작해 2018년부터 대학 기본역량진단으로 이름이 바뀌어 올해 평가까지 3주기 평가를 이어오고 있다. 한번 선정되면 다음해부터 3년 동안 지원을 받으며, 연간 지원액은 4년제 일반대 평균 48억3000만원, 전문대는 37억5000만원이다. 이번 평가에서는 진단 대상 319곳 중 285곳이 참여해 233곳이 선정됐다.
지난달 23일 인하대학교 학생들이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일반재정지원 대상에 인하대가 미지정 됐다며 항의집회를 갖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뉴시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