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지난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33개월 만에 0.75%로 인상한 것과 관련해, 금통위원 상당수는 통화정책 기조의 정상화를 위한 조치였다며 추가 금리 필요성을 내비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14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2021년 17차 금통위 의사록(8월 26일 개최)'에 따르면 이주열 한은 총재를 뺀 금통위원 5명 중 4명이 금리 인상에 동의했으며 이들 상당수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금통위에서는 주상영 위원만 동결 소수 의견을 냈다.
한 위원은 "통화정책 기조를 정상화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추가 조정의 정도와 시기는 향후 성장 및 물가 흐름 변화, 금융 불균형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하며 판단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위원은 "감염병이 계속 확산되는 상황이지만 그동안의 정책 시그널, 기조적 경기 흐름과 물가 추이에 대한 판단, 금융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이제는 금융 불균형 위험에 보다 유의해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일부 축소하는 것이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정책 목적에 부합하는 선택이라고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위원 역시 "지난해 초 과거 겪어보지 못했던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비상 상황을 맞아 금융 시장의 경색과 급격한 경기 위축을 막기 위해 도입된 전례 없는 저금리 수준은 금융시장이 정상화를 넘어 크게 완화적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며 "경제 회복이 어느 정도 진전돼 4% 내외의 성장률이 전망되는 현재의 시점에서 이를 더 이상 지속하는 것은 정의 효과보다 부의 효과가 커질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팬데믹의 장기화로 피해를 입게 된 중소기업,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에 대해서는 정부의 재정 지원과 함께, 한은의 금융중개지원 대출을 지속하거나 확대해 이들이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주상영 위원은 한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것에 대해 명백히 반대 의사를 표시하고 현 수준에서 유지할 것을 주장했다.
주상영 위원은 "코로나19 델타 변이의 확산으로 상반기 예상보다 내수 회복세가 지체되고 있다"며 "당행 조사국의 전망대로 수출과 제조업 생산 위주로 4% 성장이 실현되더라도 올해의 국민총생산(GDP)은 코로나 발생 이전 2019년 GDP를 3% 웃도는 수준에 불과하며, 민간소비는 2019년 수준에 2% 이상 미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주 위원은 "지난 6~7년간의 주택 가격 상승세는 우려할 만한 현상이지만 기준금리의 미세조정으로 주택 가격의 변동성을 제어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며 "통화정책 본연의 목표는 경기와 물가의 변동성을 완화하는 것으로서 그 유효성이 역사적으로 입증됐지만 주택 시장 안정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가계부채가 급증했고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각계에서 제기되고 있는데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보면 2005년 이후 지난 17년간 하락 반전 없이 추세적으로 증가해 왔음을 알 수 있다"며 "기준금리의 조절로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임을 시사한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일시적 억제가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으며 가계대출 관행과 규제정책에 구조적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한국은행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