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고급 수입 친환경차 모델이 다양해지고 내연기관차 이상으로 성능이 좋아지면서 1억원 이상 친환경차 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4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억원 이상 수입차 판매량이 지난해 연간 판매량을 8개월 만에 갈아치운 만큼 고급 친환경차에 대한 수요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15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8월 판매된 1억원 이상 수입차는 4만5042대로 전년 동기 대비 65.5% 증가했다.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EQS'의 외관.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연간 판매량(4만3158대)을 이미 넘어선 수치다. 올해 1억원 이상 수입차 판매량은 처음으로 5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중 친환경차(하이브리드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전기차)는 2만3753대로 52.7%의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5802대)과 비교하면 4배 넘게 늘었다.
가격을 8000만원 이상으로 확대하면 친환경차 비중은 더욱 두드러진다. 올해 8월까지 판매된 8000만원 이상 수입차는 6만9478대로 친환경차 비중은 85.6%(5만9469대)에 달한다.
그동안 전기차는 가격이 내연기관차보다 비싼 탓에 주행거리와 경제성에 초점을 둔 중형급 이하 모델이 시장 확대를 주도해 왔다. 특히 올해부터 '전기차 보조금 상한제'가 도입되면서 9000만원이 넘는 고가의 전기차는 보조금을 아예 받지 못하고 6000만원이 넘는 차량은 50%만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수입차 업체들이 1억원 이상의 전기차 모델을 선보이면서 고급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소득양극화가 심화돼 고소득자들의 친환경차 구매가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입차 업체들이 친환경차 물량을 대거 늘리면서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많아졌다"며 "고소득자들에겐 전기차 구매가 차별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제네시스 GV60. 사진/제네시스
수입차 업체들은 올해 하반기 신차 출시를 예고한 상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하반기 S클래스의 전기차 버전인 '더 뉴 EQS'를 출시할 예정이다. 대형 세단으로 107.8㎾h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가 770㎞에 달한다.
BMW는 연내 플래그십 순수 전기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iX를 출시한다. iX는 5세대 BMW e드라이브 기술을 통해 전기 사륜구동과 600㎞ 이상의 주행거리로 배출가스가 없는 드라이빙을 제공한다.
아우디도 고성능 전기 스포츠카 'e트론 GT'와 'RS e트론 GT'는 최근 환경부의 배출가스·소음 인증을 통과했다. 연말께 국내에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도 대응에 나섰다.
현대차(005380)의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는 첫 전기차 모델인 G80 전동화 모델을 전면에 내세웠다.
G80 전동화 모델은 G80 내연기관 모델을 기반으로 한 전기차다. 87.2kWh의 고전압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시 최대 427km를 주행할 수 있다. 지난 7월 출시된 G80 전동화 모델은 누적 계약 2000대를 돌파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첫 전용 전기차 모델 GV60도 올해 하반기 출시를 앞두고 있다.
제네시스는 2025년부터 출시하는 모든 신차를 수소 전기차와 배터리 전기차로 출시한다. 2030년까지 총 8개 모델의 라인업을 완성해 연간 판매 40만대를 달성할 방침이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