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박효선 기자] 검찰이 야당에 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을 제보한 조성은씨가 국민의힘 김웅 의원과의 텔레그램 대화방을 나온 사실이 확인되면서 향후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씨는 이번 의혹을 최초로 알린 뉴스버스 보도 이후 김 의원과 대화를 나눈 텔레그램 방을 나왔다. 다만 조씨에게는 증거를 저장하기 위한 텔레그램 계정이 1개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조씨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텔레그램 대화 소스를 디지털 원본 그대로 가지고 있고, 그것을 수사기관에 모두 제출했다"며 "이 부분은 '손준성 보냄'의 고발장 송부 대화록과 김웅 국회의원의 '확인하시면 방 폭파' 부분도 모두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또 "따라서 손준성 검사 등이 해당 날짜에 대화로 자료를 송부하신 것은 전부 디지털 포렌식과 과정과 진본 확인을 마쳤기 때문에 위 대화가 2020년 4월3일~8일 대화의 기록인 것은 '주장'이 아니라 사실관계로 입증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손준성 검사가 보낸 자료들이 새롭게 저장된 날짜 외에 2020년 4월3일~8일에 직접 다운로드 기록이 있는 이미지 원본들을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이번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4개 혐의로 입건한 지난 9일 조씨를 참고인으로 조사하고, 조씨로부터 휴대전화 2대와 USB 등 자료를 제출받았다. 당시 제출된 자료에는 '손준성 보냄'이란 포워딩을 한 김 의원과의 대화 내용도 포함됐다.
공수처는 조씨로부터 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고발장의 전달자가 손준성 보호관이란 정황을 파악한 후 같은 날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다. 당시 영장에는 '손 검사가 성명불상의 검사에게 의혹을 받는 고발장을 작성하거나 증거 취합을 지시했다'는 취지의 문구가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찰청 감찰부도 이번 의혹에 대해 조씨의 휴대전화와 손 보호관이 사용했던 PC를 포렌식하는 등 진상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포렌식 작업으로 증거능력을 갖출 수 있다고 보면서도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의문점이 남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박지훈 법무법인 디딤돌 변호사는 "대검에서 (텔레그램 대화방의) 원본 데이터를 복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데이터가 복구되면 수사 후 기소와 공소 유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앞뒤의 대화와 전후 사정의 맥락을 가지고 대화 내용을 파악해야 하는데, 일부 페이지만 캡처하면 증거에 부합하는지 의문이 남을 것"이라며 "휴대전화 그 자체로는 신빙성과 증명력이 있어서 명확하지만, 캡처한 것은 누구의 전화번호로 대화했는지 알 수 없으로 포렌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자유심증주의에 따라 법관이 판단할 수 있는 문제인데, 조작되지 않았다는 정황이나 확신이 있다면 범죄 입증에 있어 큰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국민의힘 김웅 의원실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관계자들이 압수수색을 마치고 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박효선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