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카카오가 술렁이고 있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 등으로 일부 사업 철수와 서비스 축소 등의 상생안을 내놓은 후 직원들 사이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간 카카오가 너무 자만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동시에 무분별하게 사업을 확장해 온 경영진을 향한 비판의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사업 철수가 결정된 업무를 담당했던 일부 직원들은 사기 저하와 함께 고용 불안을 호소하기도 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와 카카오모빌리티가 사회적 책임 강화를 위한 상생안 발표 이후에도 택시, 대리운전, 소상공인 등 유관 업계에서는 "카카오의 결정이 미흡하다"는 의견이 끊이지 않는다. 택시 단체와 대리운전 업계에서는 카카오의 발표 직후 "알맹이가 없는 상생안"이라고 비판했고, 소상공인연합회 등도 이날 논평을 통해 "면피용 대책"이라고 일침했다.
이와 관련 한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는 과거 네이버의 성장 과정을 보면서 반면교사를 삼았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이번 사태의 본질을 꼬집었다. 속도가 좀 더디더라도 내실을 챙길 수 있는 성장 방식을 택했어야 했는데, IPO 연타석 홈런 등에 취해 주변을 살피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카카오는 내부적으로도 '우리는 콘텐츠 기업'이라고 할 만큼 좋게 말하면 포장 능력이 뛰어나지만 실제로는 구조적 안정성이 네이버에 비해 많이 취약하다"며 위기의 배경을 짚었다.
직원들의 의견도 분분하다. 상생안 발표 후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내부자로서 이번 사안을 평가하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서 작성자는 카카오 공동체 경영진들을 '김범수 패밀리'라 칭하며 "마일스톤 없이 회사를 사들이고 전략없이 카카오 브랜드만 붙여주며 사세를 확장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반 직원들은 제대로 된 비전도 못 보고 멱살잡히며 괴롭힘 당했다"고 일격했다.
IT업계에서는 카카오 일부 직원들의 고용 불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사업이 축소 혹은 철수된 경우 회사는 저성과 등을 이유로 해고할 수 있다"며 "사업 중단이 결정된 업무의 직원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 역시 "실제로 직원들의 사기가 많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쏟아지는 외부의 부정적 시각에 그간의 행보들을 반성하는 계기가 됐지만 '탐욕스럽다'라고까지 비난을 하니 크게 위축이 됐다는 설명이다.
다만 그는 "고용 유지와 관련해서는 그 어떤 고민조차 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상황에서 고용을 불안하게 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책임없는 회사의 모습"이라며 "지금은 해당 직원들을 응원하고 위로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꽃배달, 간식배달 등 철수를 결정한 사업 담당 직원들은 당분간 협력업체 등과의 남은 업무를 마무리하고 다른 곳으로 배치가 될 예정이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