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청와대는 16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문재인 대통령 실명 비난에 대해 추가 언급을 피했다. 남북 간 긴장 고조를 피하기 위한 일종의 숨 고르기로 해석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부부장의 담화와 관련해 "특별히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북한의 반응을 굳이 평가하지 않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를 참관하고 "미사일 전력 증강이야말로 북한 도발에 대한 확실한 억지력"이라고 강조했다. SLBM 시험발사에 앞서 행해진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규정한 것이다.
이에 김 부부장은 담화를 내고 "우리의 국방과학 발전 및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 첫 해 중점과제 수행을 위한 정상적, 자위적 활동을 진행하는 것"이라며 "남조선(한국)의 국방중기계획이나 다를 바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부적절한 실언을 했다"면서 "기자들 따위나 함부로 쓰는 '도발'이라는 말을 따라 하고 있는데 대해 매우 큰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김 부부장이 남북관계 관련 담화를 내면서 문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주로 '남조선 당국자'라는 표현을 사용해왔다.
청와대도 이 대목에 주목하는 것으로 보인다. 상대방을 격하하는 '당국자'가 아닌 '대통령'이라는 공식호칭을 사용하면서 일종의 대화의지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김 부장은 담화에서 "북남 관계의 완전 파괴"를 경고하면서도 "우리는 그것을 바라지 않는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오는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제76차 유엔총회에서 임기 마지막 기조연설을 한다. 특히 올해는 남북 유엔 동시가입 30주년으로,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밝히고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에 대한 국제사회 지지를 호소할 계획이다. 문 대통령의 마지막 유엔 메시지를 계기로 남북관계와 한반도 문제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청와대는 16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문재인 대통령 실명비난’에 대해 추가 언급을 피했다. 남북간 긴장 고조를 피하기 위한 일종의 숨 고르기로 해석된다. 사진은 문 대통령과 김 부부장이 지난 2018년 2월 서울 중구 국립중앙극장에서 북한 예술단의 공연을 보고 인사하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