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현대차(005380)가 선보인 경형 스포츠유틸티차량(SUV) '캐스퍼'가 사전예약에서 '역대 최대'를 기록하는 등 초반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경형 SUV라는 새로운 차종과 독특한 외관에 힘입어 연간 판매량 10만대를 밑도는 경차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란 기대와 함께 가격경쟁력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반짝 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대차 엔트리 SUV '캐스퍼'. 사진/현대차
22일 업계에 따르면 캐스퍼는 오는 28일까지 사전예약을 받고 29일 정식 출시된다. 사전예약 첫날인 14일에만 1만8940대가 접수됐는데 이는 현대차의 내연기관차 사전예약 최대 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2019년 11월 출시한 6세대 그랜저 부분변경 모델(1만7294대)이다.
업계는 사전예약 기간 동안 3만대 이상 접수될 것으로 내다봤다. 캐스퍼를 위탁 생산하는 국내 1호 노사 상생형 일자리모델인 광주글로벌모터스(GGM)는 올해 1만2000대 판매를 목표로 내걸었다. 캐스퍼의 사전예약이 기대치대로 접수될 경우 출시 전부터 목표치의 2배 이상을 달성하게 된다. GGM 내년부터 최소 7만대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캐스퍼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건 경형 SUV에 대한 기대와 기존 현대차에 볼 수 없었던 디자인을 갖췄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국내에서 선호도가 높은 SUV로 분류된다는 게 강점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새로운 차급 캐스퍼가 폭발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었던 건 경제성에 더해 디자인, 안전성, 공간성까지 갖춘 상품성 때문"이라며 "온라인 방식으로 구매 편의성을 제공한 것도 주효했다"고 말했다.
장밋빛 전망만 나오는 건 아니다. 우선 경차 시장이 위축됐다는 게 불안요소다. 국내 경차 시장은 지난해 판매량 10만대가 붕괴됐고 올해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경차 판매량은 9만7343대로 2007년 이후 처음 10만대 밑으로 떨어졌다. 올해(1~7월) 역시 5만5534대로 전년 동기 대비 2.3% 줄었다.
경차 규격은 시장 활성화에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배기량 1000cc 미만, 길이 3.6m, 폭 1.6m, 높이 2.0m 이하인 차량만 국내에서 경차로 분류된다. 규정을 충족하지 못한 해외 경차들은 국내에 들어 올 수 없어 경쟁시장이 되지 못한다. 해외로의 수출도 어려운 상황이다. 글로벌 경형 SUV 시장은 일본자동차 업체들이 꽉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캐스퍼가 기존 경차와 다른 형태인 만큼 신차효과는 분명히 있지만 내연기관차의 한계는 분명하다"며 "전동화하더라도 가격이 올라가고 수출 역시 경소형 전기차는 중국이 장악하고 있어 경쟁이 힘들다"고 말했다.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캐스퍼의 가격은 1385만원부터 시작해 풀옵션은 2057만원에 달한다. 가격이 다소 높다는 평가도 있는 만큼 더 올라간다면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
캐스퍼의 판매량이 감소할 경우 GGM 위탁생산 수명이 오래가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GGM의 노사 상생협의회는 누적 생산 35만대를 달성할 때까지 복지 수준과 임금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는데 합의한 바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재 인기를 유지하려면 후속 모델이 나와야 하는데 지금 같은 노사 협력 관계가 유지될 수 있을 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며 "35만대 생산 기간 동안 '노사 쟁의가 없다'라는 합의안이 철저히 지켜지고 품질 이슈가 나오지 않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