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현정 기자] 유승민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19일 당의 안방과도 같은 TK(대구·경북) 민심 공략 차원에서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참배에 나섰지만, 우리공화당 지지자 등으로부터 욕설과 비난을 받으며 곤욕을 치렀다.
유 후보는 이날 오후 박 전 대통령 생가에 도착했으나, 방문은 녹록치 않았다. 우리공화당 당원들과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입구를 막아 추모관에 들어가는데 1시간가량 걸렸다. "배신자가 올 곳이 아니다"는 말과 함께 곳곳에서 욕설까지 쏟아졌고, 인파 속에 떠밀려 다니던 유 후보는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가 참배를 마치고 나온 후에야 겨우 생가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앞서 지난 17일 윤석열 후보 방문 당시에도 우리공화당 지지자들과 보수단체 회원들이 "죄도 없는 박 전 대통령을 감옥에 보낸 사람이 사과 한마디 없이 이 곳을 찾느냐"고 항의하는 등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진 바 있다.
유 후보는 힘겹게 추모관에 들어가 박 전 대통령 내외 영정에 헌화와 분향을 하고 추모했다. 이후 기자들과 만나 "탄핵 이후 보수 정치권이, 또 보수 유권자들이 이렇게 분열하고 갈등을 빚게 되고 또 문재인정부가 이렇게 탄생한 것에 대해 늘 제가 정치를 하는 사람으로서 책임이 있고, 송구하다"고 밝혔다.
이어 "저를 비난하고 욕하는 분들도 다 화해를 해서 정권교체를 해야 할, 같은 동료 시민들"이라며 "과거 어떤 정치적인 선택을 했든 이제는 다 힘을 합쳐서 정권교체를 꼭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주범'이라는 비판에 대해선 "탄핵에 찬성을 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양심과 소신에 따라서 한 것"이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특히 유 후보는 박 전 대통령 사면을 언급하며 "저는 여러 번 사면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렸다"며 "문 대통령이 사면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정권교체를 빨리 해 사면을 하는 수밖에 더 있겠나"라고 강조했다.
우여곡절 끝에 참배를 마친 유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를 하기 오래 전부터 박정희 전 대통령을 존경했다"며 "이 나라를 오랜 가난으로부터 해방시킨 그 분의 업적은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하면서 반드시 정권교체에 성공해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고 전했다.
이날 그의 방문은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씌워진 대구와 경북의 '배신자 프레임'을 정면 돌파해 나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유 후보는 지난달 26일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수시로 이 지역을 찾아 공을 들이고 있다. 지지율을 반등시키려면 배신자 프레임을 걷어내고 정통 보수층의 마음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오는 20일까지 대구에 머물며 선거 운동에 집중할 계획이다.
19일 경북 구미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은 유승민 국민의힘 대선 예비 후보가 우리공화당 당원과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반발 속에 추모관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 유승민 캠프 제공
조현정 기자 jhj@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