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올해 2분기 우리나라 가계와 기업 빚이 4000조원을 돌파하면서 금융 리스크에 대한 불안심리가 고조되고 있다. 무엇보다 경제 주체들의 빚이 폭증하면서 민간 부채 규모는 전체 국내 경제 규모의 2배를 훌쩍 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민간 부채 관리 노력과 금융 기관의 건전성 지표에 대한 리스크 관리 강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2021년 9월)'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신용(자금순환표상 가계·기업 부채 잔액) 비율은 217.1%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2%포인트 올랐다. 이는 1975년 통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GDP 대비 민간 신용 비율은 작년 1분기 200.3%로 처음으로 200%를 넘어선 후 계속 200%대를 지속해 왔다. 가계는 105.6%로 1년 전보다 7.4%포인트 상승했고, 기업은 111.6%로 같은 기간 4%포인트 올랐다.
지난 2분기 가계와 기업 부채를 합한 규모는 무려 4025조5000억원에 달했다.
가계부채는 1805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3% 늘며 증가세가 확대됐다. 이는 2017년 2분기(10.4%)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주택담보대출이 8.6% 늘었고,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도 12.5%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은 주택가격 상승 등 영향으로 증가세를 지속했고, 기타대출은 자산매입 및 생활자금 수요 등 여파로 상승폭이 확대됐다.
특히 은행 가계대출 증가율(10.8%)이 높은 수준을 이어간 가운데, 비은행 가계대출도 은행권 대출규제 강화 등의 영향으로 9.9%를 기록하며 증가세가 가팔라진 모습을 보였다.
2분기 말 처분가능소득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72.4%로 전년 동기 대비 10.1%포인트 증가하는 등 채무상환 부담이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반면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44%로 2.4%포인트 하락했다. 주가상승 등에 따른 금융자산이 증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가계대출에서 취약차주 비중은 은행 3.4%, 비은행 7.9%로 파악됐다. 취약차주는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소득 하위 30%) 또는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 차주를 뜻한다. 취약차주는 지난해 4분기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분기 말 기업부채는 2219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3% 늘어났다. 기업부채 증가폭은 1분기 7.7%보다는 다소 둔화됐다.
금융기관 기업대출 잔액은 1447조7000억원으로 중소기업은 14.6% 늘어난 반면 대기업은 2.9% 줄었다.
기업의 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77.2%에서 올 1분기 말 82.3%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부채 비율이 200%를 넘어서는 기업 비중은 15.3%에서 12.4%로 낮아졌다.
한은 관계자는 "취약차주의 대출 연체율은 비취약차주에 비해 시장 금리 변동에 크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 "코로나19 재확산의 영향으로 가계의 소득 여건 개선이 제약되는 가운데, 대출 금리 상승 압력은 커졌다"며 "취약 부문을 중심으로 가계의 채무상환 부담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계속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2021년 9월)'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신용(자금순환표상 가계·기업 부채 잔액) 비율은 217.1%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2%포인트 올랐다. 사진은 한 은행 관계자가 원화를 들어 보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