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대선 출마 의지를 굳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도덕성'을 앞세워 다른 후보들과 차별화에 나섰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고발 사주 의혹 등으로 여야 유력 후보들이 휘청거리는 상황에서 대안 주자로서 입지를 다지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다만, 이전과는 다르게 낮아진 존재감과 지지율이 안 대표의 극복 과제로 꼽힌다.
안 대표 측 관계자는 24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사실 대선 출마는 기정사실화 돼 있다"며 "다만 어떤 메시지를 출마 선언에 담아서 응집력 있게 단기간에 국민의 열망을 폭발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만 남았다"고 전했다. 안 대표가 출마를 확정하면 대선기획단 논의 결과에 따라 합의 추대 형식으로 국민의당 후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가 제3지대 출마를 꾀하는 카드는 도덕성이다. '고발 사주 의혹'과 '대장동 개발 의혹' 등 여야 유력 후보들이 각종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기존 정치권과 차별화하는 3지대 후보로서의 가능성을 모색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안 대표 측 관계자는 "이미 안 대표에 대한 검증은 10여년 동안 이뤄졌다"며 "사익을 추구한다거나 도덕적인 결함이 없는 유일한 분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의 또 다른 차별화 전략은 과학기술 전문가로서의 능력이다. '과학기술 강국 대한민국'이라는 청사진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면서 미래 담론을 말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는 판단이다. 이를 염두에 둔 듯 안 대표는 이날 한국노총 대구지역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권교체라는 대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정권교체 결과로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게 국민들이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안 대표가 대선주자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낼지는 미지수다. 안 대표는 국민의당과 국민의힘 합당 불발 이후 정국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특히 제1야당인 국민의힘 경선이 본격화되고 양강으로 평가되는 윤석열·홍준표 후보에게 이목이 집중되면서 안 대표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졌다.
여론조사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확인된다. 알앤써치가 MBN·매일경제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71명을 대상으로 지난 21~22일 진행한 여야 대선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표본 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0%포인트)에서 안 대표는 지지율 2.7%에 그쳤다. 야권 후보로 국한하면 윤석열, 홍준표, 유승민 후보에 이은 4위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일단 전문가들은 각종 의혹에 대한 정치권의 공방이 거세질수록 중도층이 여야 유력 후보에 대한 지지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제3후보로 나서는 안 대표에게는 기회인 셈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이번 선거는 제3후보가 뛰어들기 어려운 판이었다"며 "이재명, 윤석열 후보가 중도층의 지지를 받는 상황이었는데, 지금은 중도층이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그래서 안 대표가 움직일 여지가 생겼다"고 진단했다.
안 대표가 대선에 출마하게 되면 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거대 양당 후보로 나서지 않는 세 번째 도전이기도 하다. 제3후보로서 존재감을 보이려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의 경쟁도 불가피하다. 이로 인해 두 주자 간의 연대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안 대표는 이날 "굉장히 앞서 가는 이야기"라며 일단 선을 그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언론 및 표현의 자유 침해를 우려하는 국제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