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 A의 아바타는 메타버스로 구현된 독도에 거주하고 있다. 평소에는 농사를 짓거나 낚시를 하는 등의 퀘스트를 수행하고 때로는 왜구가 쳐들어와 독도 수호에 나서기도 한다. 독도 곳곳을 돌아다니며 퀘스트를 완수하고 나면 보상을 얻을 수 있으며 이는 개인 금고에 보관할 수 있다. 메타버스 내에서 획득한 모든 디지털 자산은 대체불가토큰(NFT)로 저장이 돼 이용자 간 투명한 거래를 지원한다.
국내 핀테크 기업 핑거와 블록체인 스타트업 자회사 마이크레딧체인(MCC)이 내년 상반기 중 선보일 메타버스 플랫폼 '독도버스(Dokdo-Verse)'의 콘셉트다. 두 회사가 국내 대형 금융기관과 손을 잡고 개발을 시작한 독도버스는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도 처음으로 금융 시스템이 접목된 종합 메타버스 플랫폼을 표방한다. 게임적 요소를 가미한 독도버스 내에서 금융사는 가상의 영업점 '독도 지점'을 개설해 디지털 세상과 현실 세계의 접점 역할을 한다.
남윤호 MCC 대표가 23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대형 금융사와 개발 중인 메타버스 플랫폼 '독도버스'와 메타버스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MCC
MCC와 핑거가 메타버스의 콘셉트를 독도로 설정한 이유는 단순하다. 독도의 정체성이 MZ세대의 흥미를 자극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독도버스 개발을 총괄하는 남윤호 MCC 대표는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보통 게임에서 성 혹은 섬이 적들의 침략을 막아내는 미션을 수행할 수 있는 고립된 공간으로 자주 사용되는데, 독도는 여기에 애국심까지 가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MZ세대들은 뭐든지 재미가 없으면 관심을 갖지 않는다"며 "비슷해보이는 플랫폼들이 아무리 많더라도 고루해 보이는 소위 '꼰대 플랫폼'에는 접근조차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MZ세대를 겨냥해 메타버스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는 곳들은 많지만 그들이 오랜 시간 체류하고 즐기면서 현실과도 융합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여기에 더 나아가 독도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소외 계층으로 분류되는 시니어 세대까지 품을 수 있다. 최우영 핑거 메타버스 셀장은 "MZ세대를 '모바일 제너레이션'이라고도 표현하는데, 이 같은 맥락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에 적극적인 60대 이상 노년 층도 MZ라 볼 수 있다"며 "독도는 메타버스를 처음 접하는 양쪽 모두를 아우를 수 있다"고 말했다.
제페토, 모여봐요 동물의 숲, 포트나이트 등 현재 주목받는 메타버스 플랫폼은 대체로 게임에서 출발했다. 애초부터 메타버스를 구현하려 했던 것이 아니라 재미있는 게임을 내놓으니 MZ세대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모이게 됐고, 게임과 현실을 연결하는 메타버스적인 요소들이 차후에 추가가 된 상황이다. 기업들은 이용자들도 모르는 사이 발생한 경제 활동에 주목, 이를 마케팅 포인트로 삼았다.
최 셀장은 "제페토를 즐기는 어린 세대들에게 메타버스란 개념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며 "그들은 메타버스 플랫폼을 또래 문화를 향유하는 공간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여기에 메타버스의 관념을 부여하는 것은 개발사의 몫"이라며 "메타버스 내에서 이뤄지는 가상의 경제 활동을 실생활과 연계하기 위해서는 전통 금융 기관들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이들이 대형 금융사와 손을 잡은 까닭이기도 하다.
특히 금융 시스템이 접목된 메타버스 플랫폼은 암호화폐의 동의어 정도로만 치부되던 블록체인 기술이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앞으로의 시장성을 높인다. 가상 세계에서도 개인 간의 거래는 발생하고 심지어 상거래의 범위가 사진, 디자인, 그림, 정보 등 무형의 자산까지로 확대가 되는데, 이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보장하기 위해서는 블록체인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남 대표는 "NFT로 형상화가 된 메타버스 내 모든 재화는 거래 내역이 히스토리로 남는다"며 "이 같은 재화의 한정성은 모든 상품의 스토리텔링을 가능하게 한다"고 언급했다. 예를 들어, 메타버스 내에서 유명 연예인 혹은 인플루언서가 갖고 있던 물품을 구매했다고 가정했을 때 NFT로 거래가 되면 소유권의 이전 현황이 모두 공개가 되기 때문에 보다 높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식이다. 반대로 오프라인의 자산을 메타버스 플랫폼 내부로도 보낼 수 있어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의 완벽한 페어링을 구현할 수도 있다.
최우영 핑거 메타버스 셀장이 23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메타버스의 미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MCC
메타버스 플랫폼이 고도화 될수록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옅어지기 때문에 이들은 메타버스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추세가 됐다고 입을 모은다. 10여년 전 스마트폰이 모바일 혁명의 단초가 됐듯 메타버스 역시 디지털 전환의 촉매제가 될 것이란 시각이다. 남 대표는 "자동차가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전환되는 흐름을 바꿀 수 없고, 카카오톡 메신저가 없던 시대로 돌아갈 수 없듯이 메타버스는 이미 생활 깊숙이 발을 뻗고 있다"고 말했다. 최 셀장 역시 "앞으로 메타버스는 실생활에 점점 더 깊게 들어올 것"이라며 "메타버스는 비대면으로 인간이 할 수 있는 최대한 많은 일을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고 메타버스의 앞날을 낙관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건강한 메타버스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도 최소화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과거 게임 산업이나 블록체인 산업 등에 과도한 규제의 잣대를 들이댔던 전철을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남 대표는 "새로운 산업이 태동한다고 각종 규제와 규정을 만들 것이 아니라 문제가 발생했을 때의 대처 가이드라인 정도만 잡아주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테면, 14세 미만 어린이들이 메타버스 플랫폼을 바르게 사용하고 피싱 등의 사기에 노출되지 않도록 교육을 강화하고 어뷰징 등 나쁜 거래가 발생했을 때 이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지를 규정하는 정도의 역할에 그쳐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메타버스 시장이 전세계적으로 발전 가능성이 큰 만큼 국내 기업들이 해외로 나갈 수 있는 교두보를 만들어주는 것이야말로 정부의 할 일이라는 의견도 뒤따랐다. 최 셀장은 "메타버스에는 지역적 특색이 있거나 국가 간의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제대로 된 플랫폼만 있으면 어디에나 복제하는 수준으로 이식할 수 있다"며 "해외 시장으로도 서비스가 뚫리게 되면 한국에서 버는 돈의 수십배를 얻을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이어 "메타버스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업체들을 최대한 지원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