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국제 유가가 올해 하반기 배럴당 70달러 선을 유지하다 내년부터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다만 원유 수요 회복세에 못 미치는 원유 공급으로 수급 불균형이 이어지고 있어, 코로나19 위기 이전보다는 높은 수준이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26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최근 국제 유가 흐름에 대한 평가와 향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두바이유 기준 국제 유가는 한은 자체 유가 모형을 통한 전망 결과, 올해 하반기 중 배럴당 70달러 내외 수준을 보이다가 내년 이후 완만하게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한은은 변이 바이러스 확산, 달러화 강세 등 하방 요인과 생산 차질 회복 지연, 이상 한파 가능성 등 상방 요인이 교차하면서 향후 유가 흐름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고도 평가했다.
국제 유가는 지난달 60달러 중반까지 하락했다가 최근 70달러 초반대 수준으로 다시 반등한 상태다.
이처럼 유가가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는 것은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급속한 확산 등으로 향후 글로벌 경기 회복 속도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대됐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원유 공급 차질도 일부 나타났기 때문이라는 것이 한은의 분석이다.
실제로 이달 22일 기준 국제 유가는 73달러로 코로나19 위기 이전 시기인 2019년 평균 63.2달러보다 높은 수준에서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당초 예상보다 더 오래 지속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이 같은 흐름을 감안해 국제 주요 전망 기관 상당수는 최근 실적치를 반영해 올해와 내년 유가 전망치를 대체로 소폭 하향 조정했다. 올해 말 이후 현재의 유가 강세가 점차 둔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는 내년 평균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유가를 약 66달러 선으로 전망했다. 또 IHS는 66.1달러, OEF는 64.2달러 등 대체로 60달러 중반 수준으로 예상했다.
다만 이들 기관은 연간 전망치가 여전히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는 높은 수준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수요 회복세에 못 미치는 원유 공급으로 수급 불균형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 투기 자금 유입도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원유 수요 회복이 예상보다 빨라지면서 원유 재고가 감소하고 있다"며 "특히 골드만 삭스는 미국 셰일오일 증산 제약, 오펙플러스(OPEC+)의 보수적 증산 기조 등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고 설명했다.
한은 역시 자체 분석을 통해 향후 유가를 전망했다. 코로나19 기간 중 국제 유가가 투기·예비적 수요 감소 등 비관적 기대가 급격히 확산된 후 진정 및 소멸되는 과정에서 크게 변동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인 지난해 1분기에는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산업 및 투기·예비적 수요 감소로 유가가 하락했으며, 산유국간 감산합의 실패로 공급 충격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유가가 급락했다. 2분기에는 코로나19 상황 악화로 원유 수요에 대한 비관적 기대가 확산되면서 유가가 크게 떨어졌다.
또 코로나19 이후 국제 유가는 글로벌 산업 수요가 급변동하는 상황에서 향후 수급 전망으로부터 파급된 투기·예비적 수요 충격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 한은 설명이다.
한은 관계자는 "내년 국제 유가는 올해보다 낮아지겠지만, 원유 수요 회복세에 못 미치는 원유 공급으로 수급 불균형이 지속됨에 따라 코로나19 위기 이전보다는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델타 변이 확산으로 글로벌 공급 차질의 해소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가 강세 기조가 강화되는 경우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당초 예상보다 더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백신 접종에 따른 회복기에 접어들면서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짐에 따라, 투기·예비적 수요 및 산업 수요 모두 유가 상방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6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최근 국제 유가 흐름에 대한 평가와 향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두바이유 기준 국제 유가는 한은 자체 유가 모형을 통한 전망 결과, 올해 하반기 중 배럴당 70달러 내외 수준을 보이다가 내년 이후 완만하게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사진은 지난 22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게시돼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