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이재명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TV토론에서 자신의 최측근인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의 부동산 투기와 편법 증여 등에 대해 "몰랐다"고 답한 가운데, 경기연구원장 청문회 당시 이 전 원장의 부동산 과다보유 문제가 다뤄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당 소속 신정현 경기도의원은 26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인사청문결과 보고서에) 도덕성검증위원회 인사청문회의 속기록 내용이 담겨서 (이재명) 지사에게 보고가 됐다"며 "부동산 문제는 당시 쟁점이었고, 의원들 다수가 이 문제를 지적했다. (청문보고서에) 부대의견으로도 부동산 문제가 언급됐다"고 밝혔다. 당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이 전 원장의 부동산 과다보유 문제가 제기됐고, 인사청문결과 보고서에도 관련 내용이 담겼기 때문에 이를 승인한 이재명 후보가 모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앞서 이 후보는 24일 TV토론에서 '이한주 전 원장의 부동산 소유 실태에 대해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아니면 알고도 묵인한 것인지 밝혀달라'는 추미애 후보 질문에 "전혀 그 분의 부동산 보유 상황이나 재산 상황은 몰랐다"며 "또 경기연구원장 임명 당시에 도덕성 검증, 재산 검증을 다했는데 의회에서 문제가 되지 않아서 문제가 있는지 몰랐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에 신 의원은 이 후보의 해명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사님, 정말 모르셨냐"며 "2018년 9월 이한주 경기연구원장 후보자의 부동산 과다보유 문제는 인사청문회의 큰 쟁점이었다. 당시 이 문제를 두고 청문위원들의 질타가 있었고, 그 내용들이 인사청문 결과서에 담겨 지사님께 보고됐다. 지사님은 그 보고서를 보고 최종승인을 했다"고 따졌다. 이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 잘못이 있으면 사실 그대로 드러내고 국민들께 사과하면 된다"고 촉구했다.
신 의원에 따르면, 그는 당시 청문회에서 직무능력검증을 맡아 도덕성검증위원회 인사청문회에는 참여할 수 없었지만 참석 위원들과 인사검증자료를 통해 이 전 원장의 부동산 문제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경기연구원장 청문회는 도덕성검증인사청문회와 능력검증인사청문회로 나뉘는데, 이중 도덕성검증청문회는 비공개로 진행된다.
도덕성검증위원회 청문회가 진행됐던 2018년 9월3일 언론 보도에서도 이러한 내용이 언급됐다. 당시 '기호일보'는 "도덕성검증위가 1차 청문회에서 이 후보자의 부동산 소유 규모와 논문 실적 등에 대한 일부 문제를 제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또 '중부일보'에 따르면 청문회에 참석한 한 도의원이 이 후보자의 과다한 부동산 보유를 지적하며 부정적 의견을 제기했다는 내용도 소개했다.
다만, 이재명 후보의 해명을 신랄하게 비판한 신 의원의 경우 이번 경선에서 이낙연 후보를 지지하고 있어 <뉴스토마토>는 객관성 확보 차원에서 당시 청문회를 이끌었던 다른 의원들에게도 사실관계를 물었다. 당시 도덕성검증위원회 청문회에 참여한 도의원 10명 가운데 7명과 연락이 닿았지만 '기억이 잘 안난다', '비공개 내용이기 때문에 알려드릴 수 없다'는 답변이 주로 많았다. '부동산 문제가 언급됐지만 크게 쟁점화 되지는 않았다'는 답도 있었다. 대선 국면에서 후보별 지지 여부에 따른 입장 차이를 감안하면 당시 인사청문회에서 부동산 문제가 거론된 것은 확실해 보인다.
구체적 증언도 나왔다. 문제의 도덕성검증위원회 청문회에 참여했던 이필근(수원1) 도의원은 기자에게 "당시 이 전 원장이 집도 많고 땅도 많고 해서 이의 제기를 했다"며 "투기 목적으로 (부동산을 보유한 건지) 분석할 전문가들이 없어서 제가 주로 많이 질의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집이 4채인가, 5채 있더라. 상가도 꽤 있었다"며 "부동산이 너무 과다하다고 지적했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도덕성검증인사청문회 다음날인 9월4일 능력검증인사청문회에서 이 전 원장의 부동산 과다보유 문제를 제기하려고 했지만 정책 검증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이유로 질의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는 "(이 전 원장이) 시민운동을 했던 청렴한 인사와는 맞지 않는 자산가였다"며 "부동산 문제가 심각하다고 했지만 정책검증위원회에서 부동산 문제를 건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해서 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청 관계자는 "인사청문회에서 나온 모든 내용에 대해 도지사가 숙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 내에서는 경기도와 이재명캠프 등에서 이 전 원장이 차지했던 위상 등을 감안하면 "30년 지기인 이재명 후보가 해당 문제를 모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 관계자는 "대장동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상황에서 최측근 참모가 다른 것도 아닌 부동산 문제로 사퇴했다. 이 후보로서는 정말 아픈 대목일 것"이라며 "해당 사실을 알았다 해도 시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전 원장은 캠프에서 정책 전반을 관리하는 정책본부장을 맡으며 이 후보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부동산 과다보유로 인한 투기와 가족법인 형태의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부동산을 편법 증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지난 23일 정책본부장 직에서 물러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25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1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광주·전남 합동연설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