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미국 의회가 내년도 예산을 둘러싼 마지막 주간 일정에 돌입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기간 내 해당 법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셧다운이나 채무불이행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 전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 의회는 연방정부의 부채 한도 유예, 1조2000억 달러의 인프라 예산 법안을 논의하고 있다.
연방정부의 부채 한도 유예 법안은 12월3일까지 연방정부에 자금을 지원하고 현재 연방정부의 부채 한도 적용을 내년 12월까지 유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은 이 법안을 21일 하원에서 처리해 상원으로 넘긴 상태다.
미국은 이달 30일 정부 회계연도 종료일을 앞두고 있다. 상원은 인프라 법안 통과 여부에 따라 내년 임시예산안을 상정한다. 미국에서는 회계연도 종료 시한을 넘기는 경우가 많았다. 그만큼 의회는 예산안 처리 지연으로 인한 연방정부 셧다운을 방지하기 위해 단기 예산안을 통과시켜왔다.
미치 맥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미 상원은 27일(현지시간) 찬성 48표 대 반대 50표로 하원에서 넘어온 단기 예산안 및 부채 한도 적용 유예 법안 통과를 무산시켰다. 상원 공화당 전원이 표결에서 반대표를 행사했다. 사진/뉴시스
미국은 정부 부채의 상한을 법으로 정해 놓는데 이를 넘기면 정부가 국채 발행 등을 통해 돈을 빌리는 게 불가능하다. 현재 미 정부 부채는 28조 달러(약 3경2928조 원)로, 부채 상한선인 22조3000억 달러를 넘어선 상태다. 미 재무부는 일부 예산을 돌려막고 채무를 조정하면서 버티고 있지만, 이러한 상태가 계속되면 디폴트에 이를 수 있다.
민주당은 단기 예산안과 부채 한도 유예 법안을 함께 처리한다는 방침이지만 공화당은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공화당은 바이든 정부와 민주당이 지난 3월 1조900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안을 단독으로 밀어붙여 국가 부채를 늘리고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웠다며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미 상원은 이날 찬성 48표 대 반대 50표로 하원에서 넘어온 단기 예산안 및 부채 한도 적용 유예 법안 통과를 무산시켰다. 상원 공화당 전원이 표결에서 반대표를 행사했다.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부채 한도 유예 지연 또는 무산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실제 디폴트 사태가 벌어지지는 않겠지만 국가 재정 및 부채를 두고 갈등이 지속할 경우 미국 경제 및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다만 공화당은 부채 한도 적용 유예를 별도로 다룬다면 단기 예산안 표결에 참석해, 자금 마련에 협조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협상의 여지를 열어둔 셈이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표결에 앞서 부채 한도 적용 유예안을 제외할 경우 단기 예산안에 찬성할 수 있다며 "부채 한도 상향을 위해 공화당의 표를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도 디폴트 사태를 막기 위해 이번 주 협상을 마무리 짓겠다는 입장이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의장은 지난 23일 “부채 한도에 관한 대화를 계속할 것이고 30일까지 임시예산안이 양원을 통과할 것”이라며 공화당과의 협상 타결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반면 WSJ는 “민주당은 독자적으로 부채 한도를 높이거나 3조5000억 달러 예산안에 포함해 처리할 능력이 있다”면서도 “그러면 과정이 복잡하고 잠재적으로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셧다운을 피할 수 있도록 제시간에 마무리할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다”며 여전히 상황이 불확실하다고 진단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의 국가 디폴트 위기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한 번도 현실화한 적은 없었다"면서도 이번에는 공화당의 반대 공세로 그 어느 때보다 디폴트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금융시장 혼란과 경기 회복세 충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해당 문제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나는 낙관주의자로 태어났다"면서 "나는 모든 일이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불안감을 완화하려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지난 23일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더 나은 재건(built back better)’ 정책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