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유해발굴을 위한 남북미의 인도적 협력은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고, 화해와 협력의 길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하와이 호놀룰루 히캄 공군기지 19격납고에서 열린 '한·미 유해 상호 인수식'을 주관하고 "정부는 비무장 지대를 비롯해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용사들을 찾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현직 대통령이 6·25전쟁 한·미 전사자 유해 인수식을 해외에서 직접 주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호국영웅의 헌신을 끝까지 책임지는 '국가 무한책임' 의지를 구현하기 위해 마련한 이번 행사의 핵심은 6·25전쟁에서 전사한 미군 유해 6구를 고국으로 봉송하고, 하와이에서 봉환을 기다리는 국군전사자 유해 68구를 국내로 모시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유엔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을 뿌리로 국제사회의 과제를 함께 나눌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며 "이제는 세계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해 당당하게 기여하는 대한민국이 됐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아울러 "영웅들께서 가장 바라는 것은 '한반도의 완전한 평화'"라면서 "나는 유엔총회 연설에서 한국전쟁의 당사국들이 모여 '종전선언'과 함께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시대를 열자고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속가능한 평화'는 유엔 창설에 담긴 꿈이며, '종전선언'은 한반도를 넘어 평화를 염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용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참전용사들의 피와 헌신으로 맺어진 한미동맹은 자유와 평화, 민주주의와 인권, 법치 등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의 가치를 공유하는 포괄적 동맹으로 발전했다"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구축을 위한 한미 양국의 노력 역시 흔들림 없이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는 △국기에 대한 경례(애국가→미국 국가) △전사자에 대한 경례 △추모기도 △문 대통령 기념사 △유해 인수인계서 서명 △유해 인도-인수 및 국기 관포 △유해 봉송 △헌화 및 경례·묵념 순으로 진행됐다.
양국의 유해는 각 국기로 관포된 뒤 신원이 확인된 유해는 가족을 만나는 길을 떠나고, 신원 미확인 유해는 신원확인 시설로 향했다. 전사자들의 유해가 대통령 전용기와 시그너스로 운구될 때 김형석 작곡가가 진중가요 '전선야곡'을 건반으로 연주하며 70여 년 만에 집으로 돌아가는 용사들의 넋을 위로했다.
청와대는 신원이 확인된 고 김석주 일병과 고 정환조 일병이 잠든 소관을 대통령 전용기 좌석에 모시고 국방부 의장대 소속 의장병 2인을 소관 앞 좌석에 배치해 비행시간 동안에도 영웅의 예우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두 사람은 6·25전쟁 당시 미 7사단 32연대 카투사로 복무했고, 장진호 전투에서 전사했다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66인의 영웅들은 시그너스에 모시고, 서욱 국방부 장관이 탑승해 예우를 다하며 서울공항까지 이동했다.
한편 청와대에 따르면 이번에 봉환하는 국군 유해 68구를 포함해 2012년 이후 현재까지 총 307구의 유해가 조국으로 돌아왔고 이 가운데 16명의 신원이 최종 확인됐다. 미군 유해는 총 25구가 미국에 돌아갔다.
문재인정부가 출범된 이후 한·미 간 유해 상호 송환 구수는 크게 늘어났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돌아간 미군 유해 25구 중 절반이 넘는 13구가 2017년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송환했다. 미국에서 돌아온 유해 307구 중 280구를 현 정부에서 봉환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6·25전쟁 70주년 기념식 및 국군 전사자 유해 봉환식 이후 "전사자 및 유가족 신원 확인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라"고 지시했다. 이에 정부는 유가족 신원정보 등록을 장려하기 위해 6·25전사자 신원확인 유가족 포상금 소급 지급 관련 시행령을 개정해 포상금 법제화 이전(2019년 4월) 신원확인 전사자 유가족에게도 1000만원의 포상금 지급이 가능한 근거를 마련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2일(현지시간) 미국 히캄 공군기지 19번 격납고에서 열린 한미 유해 상호 인수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