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중대재해법, SPC도 근절할까

입력 : 2021-10-01 오전 6:00:00
건설업계 페이퍼컴퍼니(특수목적법인/SPC) 원천 차단을 위해 서울은 물론 전국 지자체가 나서고 있다. 적정 인원의 기술자 근무, 시설과 장비 보유 등 건설업체가 갖춰야할 기준에 미달한 업체가 낙찰되는 경우를 막기 위해서다. 따라서 내년 시행되는 중대재해법이 건설업계 페이퍼컴퍼니의 숫자를 줄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동안 건설업계 페이퍼컴퍼니는 경쟁 질서를 망가뜨리는 것 외에도 부실시공, 안전사고 발생의 문제를 유발해왔다. 입찰을 위해 급조된 회사가 인력과 장비를 제대로 갖췄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최저가 입찰로 공사를 따 낸 페이퍼컴퍼니의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불법 하도급, 공사기간 단축, 자재비용 삭감을 강행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작년 5명의 사상자를 낸 평택 물류센터 붕괴사고의 경우는 안전공사와 관련된 자재비를 빼고 공정을 무리하게 진행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었다. 해당 공사는 페이퍼컴퍼니가 진행한 공사는 아니었으나 안전비용에 인색했던 점은 무관하지 않다. 지난 6월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철거 붕괴 참사는 다단계 하도급으로 인해 페이퍼컴퍼니 의혹을 받기도 했다.
 
페이퍼컴퍼니를 만드는 기업들 입장에서도 괜히 건설면허를 대여해 무리하게 입찰에 참여하려다 중대재해법의 직격타를 맞을 수 있다.
 
그러나 중대재해법은 실질적인 공사 주체를 타고 올라가 원래 사업주에게 법적인 제재를 가한다.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주로 법인에 책임을 물었다.
 
기업처벌법을 적용하면 법인과 별개로 개인인 사업주에게 법적인 제재를 가한다는 점에서 오너 리스크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 기업이 안전을 위협하는 모든 요소에 예민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민간 기업은 물론 공공기관의 기관장도 처벌을 피해갈 수 없다.
 
물론 페이퍼컴퍼니가 공사를 안전하고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막지 않으면 불공정한 수주가 계속되고 이는 또다른 과열 경쟁을 낳을 것이다. 공사 품질 저하라는 연쇄 부작용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중대재해법 입법 취지가 안전, 페이퍼컴퍼니의 문제도 안전이라면 이 관계를 연관시킬 수 있는 보완책 마련이 필요해보인다.
 
윤민영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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