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곳곳이 대장동, 특단의 조치 필요

입력 : 2021-10-05 오전 6:00:00
성남 대장동 개발을 둘러싼 의혹들이 쏟아지고 있다. 국회의원의 아들이 50억원을 퇴직금으로 받았다고 하고, 법조계의 유력인사들이 고문이니 자문이니 하는 직함으로 돈을 받았다고 한다. 
 
성남도시개발공사의 담당본부장 등 개발사업의 핵심인물들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를 통해 의혹의 실체가 하루속히 밝혀지길 바란다. 그 누구라도 불법을 저지른 사실이 있다면, 엄벌에 처해야 할 것이다. 만약 검·경의 수사로 진실규명이 미흡하다면, 특별검사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대장동만 이렇나? 라는 질문도 던져야 한다. 대장동의 경우에는 크게 이슈가 되고 언론들이 경쟁적으로 취재를 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수많은 부패의혹, 특혜의혹 사건들은 그냥 묻히고 있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대한민국 곳곳이 대장동같은 상황이다. 대장동의 본질은 ‘지대’에 있다. 여기서 지대(rent)란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이익뿐만 아니라, 특혜와 부패 등을 통해 얻는 이익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이런 지대가 넘쳐나는 상황이다. 특혜를 통해 사업권만 확보하고, 어떤 방법을 써서든 이권만 따내면 막대한 돈을 벌 수 있다. 그러니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벌고, 건전하게 기업을 해서 돈을 번다는 것도 먼 나라의 이야기일 뿐이다. 
 
현실은 인·허가 하나 잘 받으면 수백억, 수천억원을 벌고, 국가·지방자치단체ㆍ공기업·공공기관의 대형사업에 줄만 잘 대면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부패의혹, 로비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전봉민 의원 사례를 통해 드러난 부산지역의 초고층아파트 건설 의혹도 그렇다. 전봉민 의원일가만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 엘시티 등 여러 사례가 있다. 공통점은 특혜성 인ㆍ허가를 통해 수천억원 대의 초과이익을 얻었다는 것이다. 어디 부산만 그런가? 전국적으로 아파트 건설사업을 둘러싼 특혜의혹들은 숱하다. 그 중 일부에 대해서만 수사가 이뤄지고 있을 뿐이다. 
 
뿐만 아니다. 예를 들어 지금 산업폐기물매립장 인ㆍ허가를 받으면 수천억원대를 벌 수 있다. 실제로 투자금 대비 수십배의 배당금을 챙기고 있는 사례들이 있다.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장사’이다. 당연히 이런 사업들의 인ㆍ허가 과정을 들여다 보면, 여러 의혹들이 발견된다. 그런데 여기에 대해 수사기관이 수사를 한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재생가능에너지 사업의 추진과정에서도 특혜의혹이 제기된다. 세계최대의 수상태양광 사업이라고 하는 새만금수상태양광사업을 둘러싸고도 특정 기업에게 특혜를 제공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여러 언론에 보도가 됐다. 그런데 이제서야 감사원이 특혜논란 중 일부분에 대해서만 감사에 착수한다고 한다. 
 
이런 특혜 의혹에서 언론사도 자유롭지 않다. 분식회계를 통해 종합편성채널같은 큰 이권을 따낸 MBN 사례가 대표적이다. 
 
여전히 투명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공공기관ㆍ지방자치단체의 계약과정도 문제이다. 코로나19 이후 곳곳에서 마스크 수의계약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처럼 대장동과 같은 특혜의혹들은 대한민국 곳곳에 존재한다. 따라서 대장동 한 건에 대해서만 철저하게 수사한다고 해서 이런 현실이 개선될 수는 없다. 그야말로 각종 특혜의혹, 부패ㆍ로비 의혹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ㆍ수사가 필요하다. 
 
더 나아가서는 이렇게 부패와 특혜가 가능하도록 하는 법제도를 전면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규제개혁위원회가 아니라 반(反)부패ㆍ특혜위원회이다. 이런 기구를 대통령 직속으로 한시적으로 설치하고 전면적인 논의에 들어가야 한다. 기존의 관료들과 감사ㆍ수사기관들이 이런 일을 할 리가 없기 때문에 새로운 논의구조가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모든 논의를 공개하고 시민들의 의견을 받아야 한다. 가령 개선이 필요한 법제도 목록을 놓고, 공개토론을 하고 시민들의 의견을 받는 것이다.  
 
이런 논의를 통해서 공공이 책임질 영역은 공공이 책임지게 하고, 민간자본이 무분별하게 이익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해서는 안 된다. 일종의 교통정리를 새롭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각종 인·허가과정, 국가·지방자치단체·공기업·공공기관들이 민간기업과 맺는 각종 협약서 내용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부패와 특혜에는 햇살이 가장 좋은 처방이다.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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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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