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민주당 대선후보 선출을 이틀 앞두고 후보 간 갈등이 전쟁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이낙연 후보 측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이재명 후보와 직접 연관시키면서 "배임", "구속" 등의 막말을 쏟아내자, 이재명 후보 측도 "막판 발악"이라고 받아치는 등 서로를 향한 감정적 골만 깊어졌다. 그러자 당내에서는 "이러다 원팀이 되겠느냐"는 우려와 함께 "종이 한 장 차이로 승부가 갈리는 대선이 암울해졌다"는 비관론도 흘러나온다.
이재명 캠프 좌장으로 총괄특보단장을 맡고 있는 정성호 의원은 8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낙연 캠프의 설훈 의원 발언과 관련해 "그야말로 막연한 상상, 추측이 아니겠느냐"면서 "확실한 근거라고 한다면 공개적으로 제시하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민석 의원도 여의도 캠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설 의원 발언은 선을 넘은 것"이라며 "원팀을 위해 신중하게 발언하면 좋겠다"고 했다. 캠프 또 다른 관계자는 "설 의원이 상대 후보를 향해 '구속'이라는 말까지 써가면서 범법자로 취급을 한 건 '금도'를 넘은 짓"이라면서 "내부총질이나 네거티브를 하더라도 예의가 있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캠프 전략기획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결정적 제보가 있다면 공개하라. 까시든가 멈추시든가 결정하라"고 했고, 또 다른 의원은 "지라시 가짜뉴스를 갖고 흔드는 음모론"이라며 "막판 발악"으로 규정했다.
이낙연 캠프 내에서도 초강경파로 꼽히는 설 의원은 전날인 7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대장동 사업을)설계했다고 본인 스스로 이야기를 했다"며 "(이재명) 시장이 배임 혐의가 있을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특히 "후보가 구속되는 상황도 가상할 수 있다", "책임 있는 사람들은 자폭하는 게 훨씬 더 빠른 길", "결정적인 부분(제보)들도 있다", "이낙연 지지자 상당수가 이재명은 도저히 못 찍겠다고 한다" 등 수위를 넘는 원색적 발언들을 쏟아내 논란이 됐다.
3일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더불어민주당 인천 합동연설회(2차 슈퍼위크)에서 이재명 후보(왼쪽)와 이낙연 후보가 나란히 앉아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설 의원 발언이 당내에서도 비판에 처하자 이낙연 후보 측은 일단 더 이상의 확전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캠프 정치개혁비전위원장인 김종민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설 의원 발언은)확대해석 되거나 와전됐다고 생각한다"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자칫 경선 불복으로 비칠까 염려하는 모습도 곳곳에서 포착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이재명 후보로 가더라도 본선에서 이길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당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할 수 있는 걱정인데, 이게 경선 불복으로 비쳐지는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또 "설 의원 같은 강경 입장은 캠프 내에서도 그리 많지 않다"며 "저쪽(이재명)도 이낙연 지지자들을 어찌 끌어안을지는 고민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면서 "원팀은 물 건너갔다"며 경선 후유증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 상태라면 이재명 후보가 당 후보로 선출되더라도 이낙연 후보가 이재명 후보의 선대위원장 요청을 수락하지 않을 수 있다. 평당원으로 백의종군하겠다는 말을 할 공산이 크다"면서 "이낙연 지지층도 등을 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재명 후보가 민주당 지지층의 절대적 지원을 받는 상태에서 이낙연 후보와 원팀을 이루는 모습이 안 나오면 본선에 가서까지 불협화음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5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이낙연(왼쪽부터), 추미애, 이재명, 박용진 후보가 경기 부천시 OBS경인TV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방송토론회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