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서울실용음악고등학교에 신입생 모집을 연기할 것을 요청했다. 각종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학교는 연기 요청에 불응 의사를 밝히고 소송전까지 감행할 계획이다.
9일 시교육청과 학교 측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지난 7일 학교에 공문을 보내 신입생 모집 연기를 요청했다. 연기를 이행한 증거 자료도 오는 14일까지 송부해달라고 했다. 원서 접수 시작 날짜는 오는 18일이다.
연기 기한은 공문에 명시되지 않았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기한은 학교에 달렸다"며 "학교가 시정사항 완료를 감안해서 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기 요청은 지난달 대안학교설립운영위원회 심의 결과에 따른 조치다. 위원회에서는 종합시정명령 14건 중 11건을 이행하지 않는 학교 측의 단계적 행정처분 등 정상화를 위한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단계적 행정처분은 초·중등교육법 제63조에 나온 제재 조치를 먼저 시행한 뒤에도 학교가 시정명령을 미이행하면 65조의 학교 폐쇄를 명하는 식이다. 63조는 시정명령 불이행시 학생 정원의 감축, 학급 또는 학과의 감축·폐지 또는 학생의 모집 정지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신입생이 모집된 후 제재 조치가 이뤄지면 학교 현장에서 혼란이 일어날 것이니, 모집을 연기해달라는 논리다.
다만, 시교육청은 곧바로 학교 폐쇄를 명하기에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시교육청이 수사 의뢰하고 학교 내부 직원과 학부모가 고발한 학교 측 관계자들의 횡령·사기·사립학교법 위반 혐의는 지난 8월26일 불기소 처분됐다.
앞서 시교육청은 지난 2019년 학교 측의 회계 비리 의혹을 감사한 후 지난해 미승인 학과 운영 금지와 공익제보자 불이익 조치 금지, 학급수 증설에 따른 변경인가, 중단된 증명서 발급 업무 정상화 등 모두 14건에 대해 종합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설립자 일가가 감사 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은 현재까지 1심 진행 중이다.
올해 초에는 중재 노력도 있었지만 결국 무산됐다. 학교 설립자인 담임 목사가 기독교계 원로 목사들에게 중재를 요청해, 기독교계 인사와 시교육청 관계자들이 꾸린 공동이사회가 정상화를 추진하고, 공동이사회 운영 기간 동안 행정처분이 보류되는 데 이르렀다. 공동이사회는 지난 1월 신입생 모집 인원 축소 선발, 학교법인 설립 허가 절차 진행 등 정상화 노력을 하다가 설립자의 학교법인 신청 철회 요청으로 해산됐다.
불기소 처분으로 자신감이 생긴 학교에서는 연기 요청 불응은 물론 추가 법적 대응까지 취할 계획이다. 이연구 교장은 "공문상으로는 행정처분 여부가 불확실하다고 읽힌다"며 "먼저 모집을 해놓고 나서 교육청의 처분이 뒤따를 경우 대응해야, 모집하지 않아서 벌어지는 혼란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설립자는 공동이사회가 진행하는 법인화를 불신하고 반대한 것이지 법인화 자체를 반대한 게 아니다"라며 "교육청에서 불이익을 줄 경우 당연히 법적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실용음악고는 가수 지코 및 밴드 혁오의 임현제·이인우 등을 배출한 인가 대안학교다.
지난해 4월23일 서울실용음악고등학교 학생, 학부모, 교사 일동이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학습권 침해 고발 및 서실고 정상화를 위한 교육청 적극개입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