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한국조폐공사가 설립조차하지 않은 법인과 기념메달(불리온) 판매계약을 맺고 거래하다, 막대한 손실을 입는 등 방만 경영이 지적됐다. 특히 관련 책임자들에 대해서는 ‘권고사직’으로 솜방망이 처리를 하는 등 ‘내 식구 감싸기’라는 질타를 받았다.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의원(정의당)에 따르면 한국조폐공사가 법인 설립조차 되지 않은 업체와 기념메달 판매계약을 맺고 5년간 거래를 해오다 194억원의 손해를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불리온 메달이란 금이나 은에 국가 상징물 등을 새긴 귀금속으로 수집용이나 재테크 수단으로 쓰이는 메달과 주화 같은 상품이다. 조폐공사는 업체가 구매를 의뢰하면 먼저 메달을 제작해주고 사후에 판매 대금을 지급받는 형태로 사업을 진행해 왔다. 이 과정에서 대규모 미납 상태가 발생해 조폐공사 영업손실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날 장 의원은 "실체도 없는 업체가 불리온 메달을 선구매하고, 대금을 갚지 못해 생긴 이번 사건은 왜 조페공사가 이 업체와 거래했는지 합리적으로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조폐공사와 기념메달 판매계약을 체결한 업체의 계약서 및 법인등기. 사진/장혜영 의원실
장 의원은 "거래를 하려면 거대 상대 회사가 있어야 하는데 조페공사가 제출한 해당 계약서를 보면 첫 거래 날짜가 2016년 7월7일이고, 해당 업체의 법인 설립일이 7월 8일"이라며 "실체도 없는 법인과 덜컥 계약을 하는 게 국민 상식선에서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조폐공사에 해당 업체와의 거래 이유를 묻자 '해외 거래처가 있는 업체를 발굴했다'고 이야기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해외 거래처와 얼마나 거래했는지 알 수 있는 자료가 없다"며 "불리온 사업 시작 애초부터 조폐공사가 이 업체와 교감을 한 게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반장식 한국조폐공사 사장은 "그런 건 아닌 거로 알고 있다"며 "해당 업체와 거래를 하기 전에 벌써 3개 업체하고도 거래를 했고, 여러 업체와도 거래를 했다"고 해명했다.
또 "기재부 공공기관 경영평가 중 신사업 매출 비중 확대 지표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무리하게 추진한거 아니냐"는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문에 "꼭 경영평가를 위해 사업을 추진했다고 볼 순 없다"고 답했다.
박 사장은 "가장 큰 이유는 유통 주화의 생산량이 점차 줄고 있어 생산여력을 활용한 일환이고, 외국에 불리온 매달 시장이 7조에서 10조 내외"라며 "그런 나라들의 조폐 기관들도 유통주화가 줄어듬에 따라 그런 사업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성장 사업 부분에서 대해서도 물론 기여도는 있지만 전체 경영평가 100점 중 불리온 매달과 다른 조폐 공사 신사업을 다 합친 점수는 6점의 비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감장에서는 조폐공사의 솜방망이 처벌도 도마 위에 올랐다.
장 의원은 "이번 사건으로 조폐공사는 경영위기에 처했다"며 "하지만 이런 잘못된 판단을 한 책임자들 대해서는 제대로 된 처벌없이 권고사직만 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형사사상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는 법률자문을 받아놓고도 경영위기를 촉발한 임원들 왜 권고사직 시켰냐"고 묻는 말에 박 사장은 "해당 임원에 대해 고의성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답했다.
반장식 한국조폐공사 사장(가운데)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조폐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