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경선 불복' 파고를 넘고 다시 '원팀' 채비에 나선 가운데, 본선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비호감 이미지가 강한 데다, 호남과 40대를 제외하고 전 지역, 전 세대에서 국민의힘 윤석열·홍준표 후보에게 계속해서 밀리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의 지지층을 하나로 묶어내는 것도 과제 중 하나다. 결국 '오만하다'는 이미지가 모든 문제의 근원으로 지목되지만, 캠프 내에서조차 이 후보의 수직적, 독선적 리더십에 대한 우려가 흘러나오고 있어 해결은 난망하기만 하다.
여야 대선주자 중 비호감도 '1위'…"차가움은 있지만 따뜻함은 없다"
먼저 강한 비호감 정서가 이 후보 앞을 가로막고 있다. 지난 14일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선거 및 사회현안 9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 '호감이 가장 떨어지는 대선후보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38.9%가 이 후보를 꼽았다. 2위는 윤석열(29.1%), 3위는 홍준표 후보(7.4%)였다. 윤석열, 홍준표 두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를 합친 것(36.5%)보다도 높다. 흐름도 좋지 않다. 지난 조사와 비교해 이 후보는 비호감도가 30.8%에서 38.9%로 8.1%포인트 대폭 상승했고, 윤 후보는 28.2%에서 29.1%로 0.9%포인트 소폭 증가했다.
이 후보는 여야 통틀어 가장 단단한 지지층과 강성의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지만, 그를 향한 국민적 비호감 또한 상당히 높은 수준임을 여실히 드러낸다. 이는 '형수 욕설' 등의 파문과 함께 '대장동 의혹' 해명과정에서 드러낸 극단적인 강성 이미지 때문이라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 후보로서는 자신이 화천대유로부터 돈을 건네받았거나 특혜를 몰아줬다는 명확한 물증이 없는 상태에서, 해당 의혹을 정치공세 소재로 삼는 것에 대한 불만과 억울함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럼에도 이 후보 스스로 대장동 사업 설계자임을 고백했고 한때 측근이었던 유동규 전 경기관광공사 사장이 배임과 뇌물 혐의로 구속된 상황에서도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라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는 것이, 대장동 의혹을 바라보는 국민 정서와는 분명 괴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한 고위 관계자는 17일 이와 관련해 "이 후보는 자신에게 가해지는 공세에 특유의 공격적 자세로 대응한다"며 "당장 내일(18일) 있을 국정감사에서도 국민의힘에 강한 어조로 역공을 취할 게 뻔하다. '나는 잘못한 게 없다, 개발이익을 문제 삼으니 국민환수제로 되돌려 주겠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이게 국민 눈에 어찌 비쳐지겠느냐"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주위 여론을 들어보면 반감이 상당하다. 어쨌든 이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설계하고 승인한 사업에서 사고가 터졌다. 화천대유가 막대한 수익을 챙겼으며, 이재명 사람으로 불렸던 유동규가 구속됐다. 그렇다면 사과할 건 사과하고 호소할 건 호소하고, 그런 식으로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설득의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내가 잘못한 게 뭐가 있냐. 유동규는 측근도 아닐뿐더러 개인 일탈이다. 국민의힘 너희가 연루된 게이트 아니냐'고 한다. 답답할 뿐"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이재명은 차가움은 있지만 따뜻함이 없다. 이게 본질적으로 '노무현'과의 차이"라고 뼈 있는 말을 남겼다.
4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서울시 중구 커뮤니티 하우스 마실에서 서울공약 발표회를 열고 지지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집토끼'는 옛말…2030 민심 이반 심각
2030 젊은층의 민심 이반도 예사롭지 않다. 그간 민주당에게 2030 표심은 '집토끼'와 같았다. 60대 이상 고령층을 국민의힘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은 2030 지지를 기반으로 40대와 50대를 향한 중원 싸움에 몰두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이 같은 공식은 적용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같은 조사에서 이재명 후보는 윤석열, 홍준표 후보와의 가상대결에서 모두 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36.3% 대 홍준표 49.0%였으며 이재명 38.8% 대 윤석열 44.7%였다. 홍 후보와의 대결로만 보면 이 후보는 40대(49.1%)를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졌다. 특히 20대(18~29세)는 51.0%가, 30대는 58.2%가 홍 후보를 지지했다. 60대에서도 절반 이상(55.8%)이 홍 후보를 응원했다. 윤 후보와의 대결에서도 이 후보는 40대(52.7%)를 빼고는 전 연령층에서 밀렸다. 다만, 격차는 홍 후보와의 가상대결과 비교할 때 압도적 수세는 아니었다. 뿐만 아니다. 이 후보의 비호감도는 젊은층에서 특히 높았다. 구체적으로 20대(47.0%)와 30대(48.3%)의 비호감도가 40%대 후반에 이르렀다.
이 또한 이 후보의 오만한 이미지에서 비롯됐다는 평가가 절대적이다. <뉴스토마토>가 주말 동안 수도권에서 만난 2030 젊은층 대다수가 이 후보에 대해 "나만 옳다, 상대는 악이라 규정한다", "전형적인 싸움꾼", "잘못을 시인하는 걸 한 번도 보지 못했다. 홍준표는 잘못을 시인한다", "공격수일지는 몰라도 게임을 조율할 미드필더는 아니다", "꼰대 중의 꼰대", "친구로 치면 자기 주장만 하는 함께 하기 싫은 사람", "이재명, 윤석열, 홍준표 모두 마음에 안 든다. 특히 이재명"이라고 혹평했다.
지난 14일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0~11일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선거 및 사회현안 9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 '호감이 가장 떨어지는 대선후보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38.9%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꼽았다. 2위는 윤석열 국민의힘 예비후보(29.1%), 3위는 홍준표 국민의힘 예비후보(7.4%)다. 이미지/뉴스토마토
호남만 우위…수도권 민심 '비상등'
지역별로도 이 후보는 '호남'에 갇혀 있는 형국이다. 이재명 대 홍준표 가상대결 결과를 지역별로 보면, 이 후보는 민주당 텃밭인 광주·전라(56.7%)에서만 홍 후보(27.9%)에 앞설 뿐, 다른 지역에서는 모두 패했다. 구체적으로 부산·울산·경남(55.1%), 대구·경북(50.7%), 강원·제주(54.2%)에서 홍 후보가 모두 우위를 점했고, 서울(52.6%)과 경기·인천(49.9%)에서도 홍 후보에게 과반의 지지를 내줬다. 윤 후보와의 가상대결 결과 역시 마찬가지 흐름을 보였다. 대구·경북(58.0%)과 부산·울산·경남(54.2%), 강원·제주(50.2%)는 물론 서울(50.3%)에서도 윤 후보가 절반 이상의 지지를 얻었다. 경기·인천(윤석열 41.8%, 이재명 40.2%)은 오차범위 내 박빙이었으며, 이 후보는 광주·전라(61.6%)에서만 윤 후보(18.5%)를 앞질렀다.
비호감도 조사 역시 같았다. 전국 7개 권역 가운데 이 후보의 비호감도가 윤 후보보다 낮은 곳은 광주·전라 1곳 뿐이었다. 특히 현 정부에 대한 부동산 민심이 사나운 서울에서 43.2%, 경기·인천에서 40.4%가 이 후보를 호감 가는 주자로 보지 않았다. 보수의 텃밭인 대구·경북(40.9%), 부산·울산·경남(43.4%)과 맞먹는 수치다.
1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민주당의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에 선출된 뒤 두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런 맥락에서 지난 10일 충격으로 다가왔던 3차 슈퍼위크 결과도 풀이가 가능해진다. 서울과 경기 일반국민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치러진 3차 슈퍼위크에서 이 후보는 30만5779명의 선거인단 중 24만8880명이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7만4441표, 28.30%를 얻는 데 그쳤다. 반면 이낙연 전 대표는 15만5220표(62.37%)를 얻는 이변을 연출했다. 정치권에선 대장동 의혹에 분노한 부동산 민심이 이 후보에게 등을 돌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정치권에서는 호남을 기반으로 한 민주당이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과반의 민심을 얻고 부산·울산·경남(PK)에서 선전할 때 역대 대선 승리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이 같은 지역별 표심 흐름은 악재를 넘어 악몽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캠프조차 한숨 "도저히 제어가 안돼"…내부갈등도 곳곳에서 노출
이 후보 측도 이런 흐름을 인지하고 있다. 집권여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됐음에도 컨벤션 효과 없이 이 후보의 지지율이 정체 현상을 빚는 것에 대해 다각도로 원인을 분석 중이다. 본선 무대에서는 이 후보의 오만한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도 주력할 계획이다. 복수의 캠프 관계자에 따르면 이 후보의 독선적 리더십과 강경 일변도의 이미지를 쇄신하고 대장동 의혹 등 대형 이슈에 대응할 별도의 팀을 꾸릴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거칠고 공격적으로 맞대응하는 이 후보의 성품을 고려할 때 캠프 내 의견이 얼마나 후보에게 전달될지, 또 대중의 인식을 효과적으로 되돌릴 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이 후보 측 한 핵심 관계자는 "후보가 원래 수직적 리더십이었지만 대선후보 선출과 맞물려 더 심해졌다. 당에서는 송영길 대표를 중심으로, 또 캠프 내 핵심 인사들이 '도지사 조기사퇴'를 건의했지만 후보가 이를 물리치고 정면돌파를 주장하면서 국감을 받겠다고 전격적으로 발표했다"면서 "후보의 오랜 지기인 모 의원은 이번 일로 2선 후퇴까지 언급하는 등 갈등이 컸다. 도저히 제어가 안 되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경기도정과 대장동 의혹 등에 대응하는 모습에서 보여진 이 후보의 리더십은 이슈를 직접 주도하고 참모들을 이끄는 리더형"이라며 "이런 리더 밑에선 참모가 리더의 의중을 따라오지 못하거나 리더의 주관이 강해 참모 의견이 민주적으로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원래 주목도가 높은 사람은 상대적으로 비호감도 또한 높다"면서 "'비호감도가 높으니 문제가 있다'고 보는 건 좀 단편적인 접근"이라고 했다. 다만 "결국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도층을 흡수할 수밖에 없는데 이 후보로서는 대장동 의혹을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중도층 흡수의 열쇠"라면서 "대장동 문제와 관련해서 이 후보에게 쏠린 부정적 인식을 걷어내는 일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비호감 이미지를 털어내는 건 여권 내 강성 친문과 중도층 흡수를 위한 선결조건"이라고 했고, 선거 경험이 많은 또 다른 관계자는 "극단적 대결로 몰고가는 건 결코 선거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필패로 치닫는 길"이라며 "경선이 끝났으니 본선 전략은 새롭게 짜야만 한다"고 말했다.
1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송영길 대표, 윤호중 원내대표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