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잡자' LG·삼성 4680 개발 집중…원통형 배터리 대세되나

파우치형 배터리 화재 우려 높아지자 원통형 수혜
리비안·루시드 등 신생 전기차 업체 탑재 비중 확대

입력 : 2021-10-14 오후 3:16:00
[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LG에너지솔루션(분사 전 LG화학(051910))과 삼성SDI(006400)가 테슬라가 자체 개발한 4680 원통형 배터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테슬라를 비롯해 리비안 등의 신생 전기차 업체들의 원통형 수요가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배터리 양산이 본격화할 경우 완성차들의 원통형 수요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테슬라는 독일 베를린 기가팩토리 투어에서 4680 배터리 셀로 구성된 최신형 배터리 팩을 공개했다. 테슬라는 베를린 기가팩토리의 신규 플랫폼에서 구조적 배터리 팩을 탑재한 신형 모델Y를 생산할 계획이다. 
 
테슬라가 베를린 기가팩토리 투어에서 공개한 4680 배터리 셀로 구성된 최신형 구조적 배터리 팩. 사진/electrek
 
테슬라는 지난해 9월 배터리 데이 행사 당시 4680 배터리 개발 계획을 밝힌 이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양산에 들어갔다. 4680 배터리는 지름 46mm, 길이 80mm 크기의 원통형 배터리다. 그간 전기차에 사용된 원통형 배터리는 주로 1865(지름 18mm, 길이 65mm) 배터리와 2170(지름 21mm, 길이 70mm) 배터리가 주였다. 1865와 2170은 팩에 약 4000~8000개가 들어가지만 4680셀을 사용하면 약 500개만 사용해 생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에너지 밀도도 5배 높아 전기차 주행거리를 크게 늘려주는 장점도 있다. 
 
테슬라의 4680 개발 발표 이후 LG엔솔과 삼성SDI도 원통형 대형화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전기차 전문 매체인 일렉트렉에 따르면 양사는 테슬라의 신형 4680 배터리 시제품을 완성했다. LG엔솔은 테슬라와 협력해 오는 2023년부터 4680 배터리 양산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외신을 통해 LG엔솔이 미국과 유럽에 4680 배터리 생산 설비를 구축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삼성SDI도 원통형 대형화에 집중하고 있다. 고주영 삼성SDI 중대형마케팅팀 상무는 "현재 2170을 하고 있지만 새로운 기술을 확보하는 입장에서 대형화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재영 삼성SDI 소형전지전략마케팅 전무는 지난 7월 2분기 실적발표 후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주요 고객사와 협력해 고객 맞춤형 원형 기반 대형 배터리 폼팩터를 개발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앞서 테슬라의 대표적인 파트너 파나소닉은 4680 배터리 셀 생산을 위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혔다. 파나소닉은 배터리 데이 직후 수천만 달러를 투입해 원통형 생산라인 건설을 추진하는 등 테슬라와 4680 배터리 개발 협력을 이어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오른쪽)와 드류 베그리노 테슬라 부사장이 지난해 배터리데이 행사에서 새로운 원통형 배터리셀 4680을 소개하는 모습. 사진/유튜브
 
테슬라의 목표는 4680 배터리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는 것이다. 테슬라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을 비롯해 상하이, 베를린 공장에서 4680 배터리를 대량 생산할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해 약 20% 수준이었던 4680 배터리셀 생산 수율을 최근 80%까지 끌어올렸다. 
 
최근 파우형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화재로 원통형 선호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신정훈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5년간 ESS와 전기차 배터리 등 이차전지에서 발생한 화재는 총 47건 중 33건(70%)가 파우치형이었다. 외부 충격과 열에 약한 파우치형과 달리 원통형은 외관이 견고해 폭발 가능성이 낮다. 
 
리비안과 로시드모터스 등 신생 전기차 업체들도 원통형 배터리 채택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SDI는 양사의 전기차에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원통형 배터리 대형화로 완성차 업체들이 신형 전기차에 원통형 배터리 채택을 늘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대규모 생산 공정 기반을 갖추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형 4680 셀 개발은 단순히 사이즈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생산 공정을 완전히 바꿔야 하기 때문에 상용화까지 상당히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기존 2170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테슬라가 배터리 데이 때 발표한 핵심은 46800 구조 자체가 아니라 중대형 원통형으로 기존 소형 때보다 7~10배 따른 초고속 공정을 목표로 '기가팩토리'를 '테라팩토리'로 업데이트한다는 10년 로드맵이었다"면서 "만일 계획대로 된다면 중대형 원통형은 셀 케미스트리에 무관하게 강력한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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