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첫 전화 통화에서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법적 해석에 차이가 있는 문제"라며 "양국 간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자"고 밝혔다. 또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피해자 분들이 납득하면서도 외교 관계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와 이날 오후 6시40분부터 약 30분간 통화하며 총리 취임을 축하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가장 가까운 이웃 국가로서, 동북아 지역을 넘어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도 함께 협력해야 할 동반자라고 생각한다"며 "한반도 문제 이외에도 코로나 위기와 기후변화 대응, 글로벌 공급망 문제 등 새로운 도전과제에 맞서 양국이 함께 대응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희망이 있는 미래로 열어가기 위해서는 양국 간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기시다 총리는 "따뜻한 축하 말씀에 감사드리고, 엄중한 안보 상황 하에 한일, 한미일 공조가 중요하다"며 "한일 양국을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발전시키자는 문 대통령의 말씀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양국 관계가 몇몇 현안들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의지를 갖고 서로 노력하면 함께 극복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의 적용 범위에 대한 법적 해석에 차이가 있는 문제"라며 "양국 간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며, 외교당국 간 협의와 소통을 가속화하자"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피해자 분들이 납득하면서도 외교 관계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라며 "생존해 있는 피해자 할머니가 열세 분이므로 양국이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에 기시다 총리는 강제징용 문제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설명했다. 양국 정상의 솔직한 의견 교환을 평가했고, 외교당국 간 소통과 협의 가속화를 독려하겠다고 전했다. 이날 교도통신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문 대통령과의 통화 종료 후 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기인해 한국 측의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 미사일 능력 증강을 막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달성하기 위해 북한과의 대화와 외교를 빨리 재개할 필요가 있다"며 북미, 남북 대화 재개를 위한 일본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과 조건 없이 직접 마주하겠다는 기시다 총리의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북한의 핵 미사일 활동이 지역과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에 위협이 된다며 외교적 노력이 중요하고 북미대화가 조기에 재개되기를 기대했다. 동시에 유엔 안보리 결의의 완전한 이행과 지역의 억지력 강화가 중요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인 납치자 문제와 관련해서도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한국 정부도 계속 관심을 가지고 협력할 것이라고 했고, 이에 기시다 총리는 사의를 표했다.
문 대통령은 또 양국 국민들 간의 긴밀한 교류는 한일관계 발전의 기반이자 든든한 버팀목임을 강조했다. 특별입국절차 재개 등 가능한 조치를 조속히 마련해 양국 간 인적 교류를 활성화하는 것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기시다 총리는 코로나 대응 및 한일 간 왕래 회복 등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자고 했다.
문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와 자주 소통하고 직접 만나 양국 관계 발전 방향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기시다 총리도 양국 정상 간 허심탄회한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는 데 공감을 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관저 회의실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통화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