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뜬 중고거래 플랫폼, 3사3색 전략 뚜렷

유니콘 등극한 당근마켓, '하이퍼로컬'에 주력
원조 중고거래 중고나라, 사업 다각화 추진
번개장터, 취향 중심 중고거래 지향

입력 : 2021-10-18 오후 2:53:55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크게 성장한 중고거래 플랫폼이 각자만의 색깔을 내며 점차 자신들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당근마켓은 중고거래에만 매몰되지 않고 지역 대표 커뮤니티를 지향해 나가고 있는 반면 번개장터는 개인의 취향을 앞세운 전문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포지셔닝을 하고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의 원조인 중고나라는 본연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메타버스를 비롯한 신사업 개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약 20조원으로 추산됐다. 4조원 수준에 불과했던 2008년보다 5배 이상 커진 것이다. 
 
당근마켓, 중고거래 넘어 하이퍼로컬로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당근마켓의 비약적 발전이 있다. 당근마켓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7월 300만명에서 올 3월 1500만명으로, 1년8개월만에 5배 가량 증가했다. 누적 가입자 수는 약 2100만명으로 원조 중고거래 플랫폼인 중고나라(2400만명)에는 다소 못 미치지만 업계 선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당근마켓은 최근 기업가치 3조원을 인정받아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사진/당근마켓
 
당근마켓은 중고거래에서 쌓은 인지도를 발판으로 대표 지역 커뮤니티로의 도약을 꾀한다. 실제 당근마켓의 '내근처' 탭에는 지도, 쿠폰북, 국민지원금 확인 기능들이 추가돼 동네 상점 세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세탁특공대(세탁), 청소연구소(청소), 미소(이사), 아이고고(교육) 등의 스타트업과도 연계해 생활 밀착 서비스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관심사 기반의 모임 커뮤니티 '남의집'에도 1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 하이퍼 로컬 생태계 확충에 보다 힘을 주고 있다. 
 
이 같은 활동들을 발판으로 당근마켓은 지난 8월 1789억원 규모의 시리즈D 투자를 유치했다. 이에 따라 당근마켓의 누적 투자 금액은 2270억원을 달성했고, 기업 가치는 약 3조원을 인정받아 유니콘 기업 반열에 올랐다. 
 
중고거래 '원조' 중고나라, 앱 이용자 확보 골몰
 
중고나라는 '원조'의 자존심을 찾기 위한 노력에 한창이다. 전체 가입자 수는 여전히 업계에서 가장 많지만 MAU(1220만)에서는 당근마켓에 뒤처진다. 지난 3월 롯데쇼핑이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한 유진 컨소시움에 지분 95%를 넘긴 중고나라는 '네이버 카페'로 출발했던 태생적 한계를 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중고나라가 거래 안전성을 높인 '중고나라 페이'를 출시했다. 사진/중고나라
 
바로 모바일 앱 '중고나라'의 활용성을 높이려는 것이다. 지난달 '중고나라 페이'를 정식 출시한 것도 그 일환이다. 중고나라 페이는 중고물품 판매자와 구매자가 최소의 새인 정보만 활용해 간편하게 거래 대금 결제가 가능하다. 신용카드, 무통장입금, 실시간 계좌 이체 모두 가능하며 수수료는 결제 수단과 관계 없이 3.5%다. 거래 대금은 구매자의 승인이 완료되면 중고나라의 모니터링을 거친 후 다음 영업일에 판매자의 등록 계좌로 입금이 된다. 
 
이와 함께 중고나라는 다양한 신사업들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모바일 유통업체 ACL과 함께 자산 매각 플랫폼 '에셋옥션'을 출시하며 B2B 시장으로의 진출을 알렸다. 20여년간 개인 간 중고거래 시장을 개척하며 쌓아온 데이터를 기반으로 비즈니스 영역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지난달에는 청담동 명품거리의 메타버스 가상지구 NFT 분양권을 판매하기도 했다. 미래의 중고거래 시장은 재화부터 무형의 서비스까지 거래 상품의 한계가 없을 것으로 전망하며 새로운 거래 아이템을 적극 발굴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했다. 
 
번개장터, '취향 기반 중고거래' 포지셔닝
 
번개장터는 '취향'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웠다. 지난해 초 사모펀드 프랙시스캐피탈에 인수됐던 번개장터는 약 1년 반 만인 지난 9월 브랜드와 카테고리 중심으로 앱을 전면 개편했다. 브랜드와 카테고리를 더욱 쉽게 탐색할 수 있도록 해 취향 기반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함이다. 메인 화면에는 브랜드 팔로우 기능이 추가돼 관심 브랜드의 새 게시물을 모아볼 수 있도록 했다. 이용자는 전체 900여개 브랜드 중 최대 20개까지 브랜드를 팔로우하고 최신순으로 둘러볼 수 있다.
 
이용자의 취향을 공략한다는 콘셉은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첫 선을 보인 '브그즈트 랩'에도 반영이 됐다. 이곳에서는 한정판 스니커즈와 의류 등을 직접 확인하고 구매할 수 있다. 지난 2월 오픈 이후 하루 평균 방문자 수가 2000명을 상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번개장터는 비슷한 콘셉의 2호 매장을 이달 안에 코엑스에 개설하고, 역삼동에 명품을 테마로 하는 3호점을 연내 열 계획이다.  
 
번개장터는 물품 픽업부터 포장, 배송까지 책임지는 '포장택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번개장터
 
아울러, 문 앞에서 물품을 픽업해 포장한 뒤 배송까지 해주는 자체 배송 서비스를 통해 이용자 편의성 제고와 수익성 향상 등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번개장터는 지난달 중순 신한금융그룹으로부터 3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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