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지 국세청장 "세정협의회 폐지"…'로비창구' 50년 만에 해체(종합)

<뉴스토마토> 단독 보도 후 15일 만에 국세청, '세정협의회 폐지' 확약
김두관 민주당 의원, 끈질긴 '비리 추적' 결실…김대지 청장 '추궁' 활약
본지 보도 후 주요매체 '집중분석' 이어져…여론도 국세청 '질타'

입력 : 2021-10-20 오후 5:23:21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김대지 국세청장이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 출석해 "세정협의회 폐지를 빠른 시일 내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뉴스토마토>가 지난 6일자 단독보도로 국세청 세정협의회 비리를 폭로한 지 15일 만이다. '로비창구'로 변질됐다는 비판을 받은 세정협의회는 본지 보도로 인해 5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세정협의회 문제와 본지 보도, 해체 과정 등을 정리해 봤다.

'로비창구' 된 세정협의회…관행이 된 '사후뇌물'

세정협의회는 국세청 산하 일선 세무서가 민간 소통창구로 운영하는 기구다. 국세청은 전국에 7개의 지방국세청을, 지방청 산하에 130개의 일선 세무서를 두고 있다. 그리고 일선 세무서들은 관할 내 기업 등과 세정협회를 운영한다. 국세청이 펴낸 '국세청 50년사'를 보면, 세정협의회 역사는 1971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긴 역사를 자랑하듯 전관예우, 청탁과 봐주기 등의 부정도 관행이란 이름으로 세정협의회에 뿌리 박혔다.  
 
앞서 <뉴스토마토>가 6일자에 보도한 <(단독)'로비창구'로 전락한 국세청 세정협의회…'사후뇌물' 증언도 나왔다> 기사는 세정협의회를 둘러싼 전관예우와 함께 청탁과 봐주기 등이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해당 기사는 세정협의회 민간 회원들이 관할 세무서로부터 세무조사 유예, 세원관리 등의 특혜를 받는 대가로 관내 세무서장에게 퇴직 후 1년 동안 고문료 명목의 답례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세종시 국세청 청사 전경. 사진/뉴시스
 
고문료 지급은 여러 경로로 확인됐다. 본지가 입수한 국세청의 '서울 소재 세무서별 세정협의회 명단'(21년 8월26일 기준)을 보면 27곳의 서울 일선 세무서가 운영하는 세정협의회 민간 회원은 509곳이다. 이 가운데 종로세무서의 경우 올 상반기 기준 1곳당 최소 월 50만원, 많게는 월 200만원을 고문료 형태로 전직 세무서장에게 지급했다. 1곳당 평균 100만원만 잡아도 월 4000만원, 연간으로 치면 5억원에 육박하는 거액이다. 
 
국세청 공무원이 퇴직 뒤 세정협의회 소속 기업에 취업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00산업은 2014년 3월 서울 잠실세무서로부터 기재부장관상을 받았는데, 당시 상을 준 이모 잠실세무서장은 2018년 3월 해당 기업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이듬해 3월 이 회사는 잠실세무서 세정협의회에 가입했다. 기재부장관상을 받으면 세무조사 3년 유예를 비롯해 각종 특혜가 주어진다.  
 
'국감을 막아라'…국세청, 증인철회 총력전
 
본지가 6일자에 보도한 다른 기사인 <(단독)국세청, '세정협의회' 국정조사 무마 총력…끝내 증인채택 불발>는 세정협의회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감사가 예고되자, 국세청이 증인철회를 위해 전방위로 움직였다는 내용을 담았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임성빈 서울지방청장과 김창기 부산지방청장, 박진원 본청 감사관, 양동훈 서울지방청 국제거래조사국장 등 국세청 핵심 인사들은 세정협의회 괸련 증인채택을 추진한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 등을 상대로 수차례에 걸쳐 증인신청 철회를 요청했다. 
 
2020년 9월15일 김대지 국세청장이 정부세종2청사에서 열린 전국세무관서장회의에서 화상으로 연결된 각 지방국세청 직원들을 향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히 임성빈 서울지방청장은 지난달 12일 일요일임에도 본청의 김동일 조사국장을 대동하고 민주당 지역경선이 있던 강원 원주까지 김 의원을 찾아갔다. 다음날 다시 김동일 조사국장이 김 의원실 보좌관과 점심을 했으며, 14일에는 김창기 부산지방청장이 권태윤 양산세무서장과 함께 김 의원실을 찾았다. 양산은 김 의원 지역구이기도 하다. 김 의원실 신진영 비서는 본지에 "이들이 모두 증인신청 철회를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장 의원실에도 국세청 주요 인사들이 찾아갔다. 지난달 14일엔 본청의 박진원 감사관과 윤창복 감찰담당관, 양동훈 서울지방청 국제거래조사국장이 증인철회를 요청했다. 결국 김두관·장혜영 두 의원의 거부에도, 다음날인 9월15일 국정감사 최종 증인명단에는 세정협의회 증인들의 이름이 모두 빠졌다. 

김대지, 8일 국감서 "세정협의회 '존속하지 않는 방안' 검토" 
 
본지 보도가 있은 직후 국세청은 세정협의회 비리에 대한 여론의 질타와 국감 무마 시도에 대한 비판을 의식, 세정협의회 폐지 검토에 돌입했다. 국세청 핵심 관계자는 6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 납세자보호관실에서 세정협의회 폐지를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면서 "해체하는 방향으로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국회에서 질문하면 그전까지 본청의 최종입장을 정리해서 마련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8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김대지 청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이튿날 뒤인 8일 열린 기재위 국세청 국감에서 김 청장은 세정협의회 유지 여부를 묻는 김두관 의원 질의에 "세정협의회가 민간 소통창구로 쭉 진행해 왔는데, 말씀하신 부적절한 문제라든지 그런 부분들을 저희가 내부적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존속하지 않는 방안을 포함해서 심도있게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김 청장은 한 발 더 나아가 세정협의회의 '소통창구' 기능을 강조, "발전적으로 할 수 있도록 연구를 많이 해보겠다"면서 세정협의회 유지에 대한 여지까지 남겼다.
 
김 의원은 이날 오후 질의에서 김 청장을 향해 "세정협의회 폐지와 관련해 청장이 확고한 의지를 안 보여줘서 그 점이 좀 아쉽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김 청장의 유감 표명조차 없는 태도를 꼬집으면서 세정협의회 해체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다시 한 번 요구했다. 이에 김 청장은 "국세청의 내부적인 의견은 폐지 쪽으로 가 있다"며 세정협의회 해체를 우선시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다만, 김 청장은 이번에도 "(세정협의회가) 민간협의회다 보니 이미 구성돼 있는 분들의 의견도 들어보고, 서로 소통해 (문제를)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모호한 답변을 남겼다. 

김대지, 20일 국감서 "세정협의회 폐지, 빠른 시일 내 처리"      
 
세정협의회 문제를 지적하는 본지의 단독보도 이후 주요 매체에서도 후속 기사들이 쏟아졌다. 뉴스토마토 유튜브 채널 <노영희의 뉴스인사이다>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등에서도 해당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도 세정협의회 문제를 지적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글을 게시했다. 특히 8일 국감에서 김 청장의 애매모호한 답변 태도에 대한 여론의 질타도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20일 국회 기재위 종합감사에서 김 의원은 김 청장에게 "세정협의회 폐지를 확약하라"며 압박했다.
 
6일 국세청 세정협의회 비위를 추적한 kjtimes 견재수 기자와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신진영 비서가 뉴스토마토에서 진행하는 <노영희의 뉴스인사이다>에 출연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결국 김 청장은 백기를 들었다. 김 청장은 이날 종합감사에서 '지난 8일 국세청 국감에서 청장이 세정협의회 폐지를 단정적으로 말씀하지 않으셨는데 확실하게 강력하게 하실 것이냐'는 김 의원의 질의에 "폐지 방향으로 처리하겠다"고 답했다. 김 청장은 또 "지적하신 세정협의회는 민간과의 소통이라는 긍정적 기능도 있지만 문제점과 여러 오해도 많다"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중이고 폐지하는 방향으로 하겠다"고 확언했다.
 
이로써 1971년 출범한 후 민관 유착 의혹과 전관예우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세정협의회는 5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뉴스토마토>가 6일자 단독보도로 국세청 세정협의회 비리를 폭로한 지 15일 만이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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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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