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에 제기된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0일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와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를 조사하고 있다. 이들을 포함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까지 핵심 인물 4명 모두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이날 오후 김씨와 남 변호사를 각각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김씨는 이날 오후 1시16분쯤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자리에서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 등에 관한 취재진의 질문에 "들어가서 잘 소명하겠다"고만 말했다.
다만 화천대유 법인으로부터 장기대여금 명목으로 빌린 473억원 중 100억원을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인척인 분양 대행업체 A사의 이모 대표에게 전달한 경위에 대해서는 "정상적인 거래였다"고 밝혔다.
김씨가 검찰에 출석한 것은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이 기각된 지 엿새 만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12일 특정경제범죄법 위반(배임)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14일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큰 반면에 피의자에 대한 구속의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남 변호사도 검찰에서 석방된 지 약 14시간 만인 이날 오후 1시42분쯤 검찰에 다시 출석했다. 남 변호사는 취재진에 "잘 소명하고 있고, 앞으로도 사실대로 다 잘 말씀드리겠다"고 말했고, '그분'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였다는 말을 바꾼 것인지에 관한 질문에는 "바뀐 것이 아니고, 오해하신 것이고, 그렇게 말씀드린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
검찰은 미국에 머물던 남 변호사가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직후인 지난 18일 오전 5시14분쯤 뇌물공여약속 등 혐의로 체포한 후 이틀에 걸쳐 조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피의자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고, 주장과 관련해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면서 이날 오전 0시20분쯤 남 변호사를 석방했다.
이날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검찰은 김씨와 남 변호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 또는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아울러 검찰은 이날 구속 상태인 유동규 전 본부장도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의 구속적부심 청구로 구속 기간이 오는 22일 만료되는 것에 따라 기소 전 막바지 조사를 진행 중이다.
유 전 본부장은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넣지 않는 등의 방식으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1100억원대의 손해를 끼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혐의에 대해 김씨와 남 변호사를 공범 관계로 보고 있다.
또 유 전 본부장은 개발 사업에 대한 특혜를 대가로 김씨 등으로부터 700억원을 받기로 한 후 실제 5억원을 받고, 위례신도시 개발 민간 사업자 위례자산관리의 대주주 정재창씨로부터 3억원을 수수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이날 정 회계사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 중이다. 검찰은 정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파일을 바탕으로 이번 수사에 착수했다. 해당 녹취파일에는 정 회계사가 김씨, 유 전 본부장 등과 나눈 대화 내용이 들어 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이에 따라 이날 이들을 상대로 대질조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가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