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테슬라가 전 차종 보급형에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탑재 계획을 발표하면서 국내 배터리 3사에 파장이 예상된다. 테슬라를 필두로 폭스바겐과 스텔란티스 등 여러 완성차 업체들의 LFP 수요가 늘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은 니켈·코발트·망간 또는 알루미늄(NCM·A)의 삼원계 배터리만을 주력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비록 중국 LFP 기술이 우리보다 한참 앞서 있지만 미래 수요에 대응해 기술 개발에 착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전기차 '스탠다드 레인지' 트림에 LFP 배터리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간 일부 제품에 한정적으로 쓰던 LFP 배터리를 앞으로 전 차종, 스탠다드 레인지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테슬라 모델3. 사진/테슬라 홈페이지
리튬이온 이차전지는 니켈(Ni), 코발트(Co), 망간(Mn) 또는 알루미늄(Al)을 기반으로 한 삼원계(NCM 또는 NCA) 배터리와 철(Fe)을 기반으로 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로 양분된다. LFP의 에너지밀도는 kg당 180~220Wh로, 삼원계(240~300Wh/kg) 대비 낮지만 고가의 희소금속을 포함하지 않아 가격경쟁력이 높다. K-배터리 3사는 삼원계를, 중국 CATL와 BYD 등은 LFP를 주력으로 한다.
테슬라가 LFP를 채택한 것은 가격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다. 테슬라가 지난 7월 중국에서 출시한 전기차 모델Y의 스탠다드 레인지 모델에는 CATL의 LFP가 탑재됐다. 스탠다드 모델Y는 중국 정부 보조금 정책에 따라 LG엔솔 배터리를 탑재한 롱레인지 대비 가격이 약 20% 저렴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삼원계가 최대 90%까지 충전이 되는 것에 비해 LFP는 100%까지 충전이 된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LFP를 더 선호한다"면서 공개적으로 'LFP 예찬론'을 펼쳐 왔다.
테슬라의 배터리 전환 계획에 따라 단기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분사 전
LG화학(051910))과 파나소닉 등 기존 삼원계 배터리 업체들의 타격이 예상된다. 특히 파나소닉은 테슬라 미국향 모든 물량을 대고 있는 만큼 큰 타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스텔란티스 IR 자료. 자료/스텔란티스
테슬라의 LFP 전환은 중장기적으로 자동차 업계 전기차 전략에 큰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최근 스텔란티스의 IR자료를 보면 배터리 셀 전략으로 니켈·코발트 프리(NiCo FREE) 즉 LFP와 하니니켈 삼원계(Ni Based) 두 가지를 채택하고 있다. LFP가 탑재 차량은 삼원계 대비 가격이 20% 가량 싸고 에너지밀도는 낮다. 폭스바겐도 지난 3월15일(현지시간) '파워데이' 행사에서 저가형(Enrty) 모델에는 LFP를 보급형(Volume)은 하이망간, 고급형(Premium)은 NCM을 탑재한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이처럼 자동차 업체가 LFP만 채택하겠다고 결정하면 삼원계 주력 기업들에는 진입 장벽이 생길 수밖에 없다.
국내 3사들은 LFP 개발을 검토 중인 단계다. 국내 1위 LG엔솔은 지난해 말부터 대전 기술연구원에서 LFP 배터리 개발에 착수했다. SK온(분사 전
SK이노베이션(096770))은 지난 6일 지동섭 대표가 외신에 LFP 개발 계획을 공식적으로 시사했다. 삼성SDI는 하이니켈 배터리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LFP 개발은 아직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3사 중 배터리 단가가 가장 높은 업체는 삼성SDI로 킬로와트시(kWh)당 210달러 내외다. LG엔솔은 kWh당 160달러, SK온은 110달러(배터리 팩 제외 셀 가격) 수준, CATL은 140달러 수준으로 파악된다.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가 원통형 전지로 전기차 시장을 지배하고 있을 거라고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LFP가 시장에서 뜰 거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한 일"이라면서 "최근 들어 자동차 업체들의 LFP 배터리 생산 가능 문의가 많이 오고 있는 상황인만큼 배터리 산업이 성장하는 과정의 지각 변동 측면에서 고객사의 요구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래 수주 확보전을 감안하면 삼원계에서 나아가 주력 전지 형번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리튬이온 이차전지가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주류로서 자리잡은 만큼 선택과 집중을 하더라도 고객사들의 요구를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스텔란티스의 듀얼 셀 케미스트리 전략의 핵심은 셀투팩(CTP) 기반의 중대형 LFP 각형과 니켈-망간계 양극활물질 기반의 중대형 전지로 오는 2026년 이후 CTP으로 단일화됨을 감안하면 미국 시장 공략에 있어 우리나라 배터리 제조사가 LFP 중대형 각형을 2024년까지는 준비해야 스텔란티스 요구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때 정도는 채택 자동차 모델까지도 구체화돼 있어야 한다"면서 "지금 당장 대응력을 갖춘 우리 배터리 제조사는 삼성SDI 하나 정도라 SDI가 이번에 수주를 못했다기 보다는 NCA 기반 셀 합자 라인 이후 LFP 기반 셀 합자 라인을 추가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이차전지 전문가는 "삼원계를 고집하던 옛날 사람들이 봤을 때는 LFP가 기술력이 떨어지고 소위 후져보일 수 있지만 최근 중국이 내놓은 LFP 기술은 삼원계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상황"이라면서 "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중국 배터리를 모방해서라도 벌어진 기술 격차를 좁혀야 한다"고 말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