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언젠가부터 ‘민폐노총’으로 낙인이 찍혔다.
‘민주'라는 이름을 달고 1995년 출범한 진보 노동 단체인 민주노총은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탄생했지만 점점 세력과시 단체로 변질되는 모양새다. 이들이 움직인다고 하면 도시가, 업계가 마비될 정도다.
지난 20일에는 광화문 인근 등 서울 도심에서 주최 측 추산 2만7000여명의 조합원이 모여 일대를 마비시켰다.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웬만한 집회가 금지됐음에도, 역대급 큰 규모의 집회가 열렸다. 대중교통은 광화문 인근에서 정차하지 않았고 시민들이 다니는 통행로는 경찰 자벽으로 막혔다. 양쪽의 대치는 시민들의 불편으로 이어졌다.
이들이 요구하는 건 비정규직 철폐·재난시기 해고 금지·국방 예산·시민 생활 전반의 공공성 강화 등이다. 조합원들의 권리를 강화하고자 하는 취지는 좋으나, 노동자의 권익 범위를 벗어나 정치적인 분야까지 손을 뻗치며 ‘대체 뭐하는 단체인가’라고 다시 생각해 보기 충분했다.
당시 이종민 자영업연대 대표는 “민주노총이 불법 점거한 도로 위에는 자영업자들의 가게가 있다”며 피해보상을 촉구하기도 했다.
김근태 신전대협 서울지부장도 “소속 조합원들의 이익만 대변하는 변질된 노조활동이 아닌 전국 노동자의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라”라고 일침했다.
백번 양보해 세상을 조금 더 좋게 발전시키기 위한 취지라고 이해하려 해도, 이들의 행위는 하루하루 매출이 간절한 소상공인·자영업자, 나아가 시민들에게 피해가 전가되고 있다.
사측과 노조가 아닌, 노조 간 갈등도 사회 문제다. 이는 노동자 권익이 아닌 이권 싸움으로 밖에 볼 수 가 없다. 최근 SPC그룹의 물류 운송 파업으로 인해 빵이나 재료를 받지 못 한 파리바게트 점주들은 장사에 차질을 빚었다.
코로나19 시대 이들이 모여 목소리를 내는 것은 불법이 됐고 범죄로 간주되고 있다. 파업이나 집회 등 쟁의행의 목적이 조합원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도 그 방식이 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부조리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시작된 민주노총, 출범 30년 가까이 흐른 동안 하나의 세력이 됐다. 커진 몸집 답게 쟁의방식에도 개선이 필요한 때다.
윤민영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