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글로벌 검색 엔진 중에서는 최초로 '통합 검색' 서비스를 시작했던 네이버가 인공지능(AI) 중심의 새로운 검색 '에어서치'를 선보였다. 검색에 대한 사용자들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겠다는 포부로, 네이버의 심장과 같은 검색 서비스로도 글로벌 진출을 시도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네이버는 28일 '새로운 검색 사용성을 위한 네이버 검색의 방향성'을 주제로 온라인 밋업 행사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네이버는 네이버의 AI 검색 브랜드 '에어서치'를 소개했다. 에어서치에는 에어스(AiRS), 에이아이템즈(AiTEMS), 에어스페이스(AiRSPACE) 등 콘텐츠·쇼핑·로컬 단위의 다양한 AI 추천기술과 검색이 포함돼 있다.
이날 중점적으로 소개된 것은 향상된 검색 기능이다. 기존 검색이 검색어 입력 시 기본 정보와 관련 뉴스, 뷰, 쇼핑 등의 정보를 컬렉션 형태로 보여줬다면 '스마트 블록'이라 불리는 새로운 검색 환경에서는 트렌드와 개인 취향에 맞춰 콘텐츠들을 추천해준다.
예를 들어, '등산'이라는 키워드를 입력했을 때 '등산가방', '등산 인기 카페글', '등산앱', '등산 레깅스', '등산 팁 모음' 등 등산과 관련된 주제 별로 콘텐츠를 모아 보여준다. 지난 7일 서비스 시작 기준으로 5000개의 질의에 대해 해당 서비스를 진행 중이며, 올해 안에 네이버 검색의 10~15%에 해당하는 범위까지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향후에는 스마트블록을 쇼핑, 로컬 등 다양한 버티컬 주제로도 넓힐 방침이다.
네이버 스마트블록은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인기 주제별로 콘텐츠들을 모아서 보여준다. 사진/김진양 기자
이날 간담회에서 김상범 네이버 서치CIC 책임리더는 "이용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얻을 때까지 검색을 지속하게 하는 것이 직무유기라 생각했다"고 스마트블록을 구상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통상적으로 검색은 정확한 답을 원하는 경우와 다양한 정보를 둘러보는 경우로 나뉘는데, 정답 검색은 결과를 확인하면 끝이 나지만 관심사 탐색은 추가 검색이 이뤄진다. 네이버가 갖고 있는 데이터를 분석하면 관심사 탐색을 하는 이용자가 도달하게 될 방향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지만 그런 서비스를 하지 않은 데에 일말의 책임감을 느꼈다는 것이 김 리더의 설명이다.
그는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서는 기존의 컬렉션 구조가 훨씬 편하다"면서도 "사용자가 원하는 것은 막연한 관심사만 검색해도 다양한 주제들을 제공해 필요한 정보를 손쉽게 찾게 만드는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범 네이버 서치 CIC 책임리더(왼쪽)와 최재호 책임리더가 28일 온라인으로 열린 네이버 밋업에서 네이버의 새로운 검색 서비스 '에어서치'를 소개했다. 사진/네이버
네이버가 사용자 중심의 스마트블록을 시도할 수 있었던 기반에는 인플루언서와 중소상공인(SME) 등 다양한 콘텐츠 창작자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있다. 구글에서는 쇼핑 관련 상품 정보를 확보하는데 골몰하고 아마존은 UGC 콘텐츠 부족의 어려움이 있지만 네이버는 텍스트, 이미지, 동영상 등 다양한 포맷의 콘텐츠 생태계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최재호 서치 CIC 책임리더는 "네이버에는 20여년간 누적된 차별화된 콘텐츠 생태계가 있었기에 스마트블록이 가능했다"며 "구글이 이제서야 유튜브 등을 인수해 자체 콘텐츠에 신경을 쓰는 것을 보면 네이버가 선견지명이 있었다"고 자평했다.
스마트블록은 네이버 내 콘텐츠에 한정하지 않고 외부의 우수 콘텐츠로도 확장할 계획이다. 이를테면, 기업 이름을 검색했을 때 해당 기업에 대한 증권사 리포트들을 모아 보여준다든지, 특정 이슈에 대한 언론사들의 사설, 칼럼들을 모아 보여준다든지 하는 식이다.
김 책임리더는 "주요 글로벌 검색엔진들이 '텐 블루 링크' 형태의 검색 결과를 노출할 때 네이버는 통합 검색을 선보였다"며 "통합 검색이 대세가 된 현재는 개인이 원하는 결과를 보다 정확히 제공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최초로 시도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네이버는 이 같은 시도를 발판으로 검색 서비스의 글로벌화도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일본에서 라인 메신저에 에어서치를 적용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구글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검색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라인은 메신저라는 특수 환경이 존재하지만 에어서치를 잘 녹여낼 방안들을 연구 중이다. 메신저의 특성을 활용해 중요 정보가 발생했을 때 사용자들에게 한 발 앞서 전달한다든지, 대화창 내에서 어떠한 검색 환경을 마련해 줄 수 있는지 등이 대표적이다.
최 책임리더는 "검색은 매일 쓰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이용자들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며 "현지에 있는 기획자와 매주 수 차례 화상회의를 하면서 서비스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일본과의 협업 과정에서 한국에서 잘 만든 기술과 서비스만 있다면 글로벌 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며 "네이버의 심장이라 불렸던 검색도 해외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