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이 파리기후변화 협약 준수에 의견을 모았지만 기대에 미치는 못하는 성과를 낸 채 마무리됐다. 세계 최대 탄소배출 국가인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탄소배출 제로' 시한을 특정 시점으로 못 박지 못하고 끝이 났다. 미국과 EU(유럽연합) 등 서방국가들도 글로벌 물류대란 문제를 합의하면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지난 30~31일(이하 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정상들은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1.5도 이내로 억제하고자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이 섭씨 1.5도 이내일 때가 2.0도 이내일 때보다 기후변화 영향이 더 적다는 데 공감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나라의 의미 있고 효과적인 조처와 헌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 2015년 체결한 파리기후변화협약의 실천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파리기후변화협약에는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 폭을 2도 이내로 유지하기로 한 바 있다.
G20국가 정상들이 지난달 31일 이탈리아 로마 트레비 분수 앞에서 단체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그러나 기후 위기를 위해 필요한 탄소 배출 제로(넷제로)를 2050년이라는 명확한 시점을 정하지 못하고 “21세기 중반까지”로 제시하는 데 그쳤다. 중국과 러시아, 인도 등의 반대 때문이다. 의장국인 이탈리아를 비롯한 선진국들은 구체적인 목표 시점을 넣자고 주장했지만, 중국은 2060년, 러시아는 2060년까지 탄소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고 맞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실망을 감추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과 러시아가 기본적으로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어떤 약속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실망했다”고 지적했다. 중국 시진핑 주석과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 대면하지 않은 채 화상으로 참석했다.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은 중국은 ‘206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설정했지만, 실질적인 조치는 취하지 않는 상황이다. 25일 기준 미국, 영국 등 116개국이 유엔기후변화 당사국총회(COP26)을 앞두고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제출한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중국은 전체 발전량의 절반 이상을 석탄에 의존하지만, 석탄 생산을 중단하는 시점을 명확히 하지 않았다. 세계 3위(전체 배출량의 7%)의 탄소 배출국인 인도 역시 현재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밝히지 않고 있다.
중국과 인도는 지구 온난화가 발생하면 물에 잠기는 주요 도시로 조사된 바 있다. 비영리 연구단체인 클라이밋 센트럴은 미국 프린스턴 대학과 독일 포츠담 기후 영향연구소 연구원들과 함께 분석을 진행한 결과 지구 기온이 3도 오를 경우 중국 상하이, 인도 뭄바이, 베트남 하노이 등이 물에 잠기게 된다고 분석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국가들도 글로벌 물류대란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중국 견제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 계기로 열린 글로벌 공급망 정상회의와 양자 정상회담에서 잇따라 중국을 겨냥한 발언을 내놨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공급망 대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동맹,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다지는 자리이지만 곳곳에서 중국에 대한 미국의 강한 견제 의도가 드러났다.
바이든 대통령은 EU와의 정상회담을 통해 철강, 알루미늄 관세 분쟁을 끝내는 내용에 합의한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같은 국가의 더러운 철강(dirty steel)의 시장에 대한 접근을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견에 동석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새로운 ‘지속가능한 글로벌 철강 합의’에 협력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이 수입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EU·중국·일본에 적용, 무역 갈등이 고조된 바 있다.
표면적으로 미국과 EU는 관세 갈등을 해소한다는 것이지만 장기적으로 원자재 생산 시 환경 기준을 강화해 상대적으로 환경 기준이 느슨한 중국산 제품이 배제하겠다는 공동 전선에 합의한 셈이다.
파키스탄이 중국과 함께 펀자브주 사히왈에 건설한 사히왈 석탄화력발전소의 모습.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