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국민생존도 못 챙기는 대통령 후보?

입력 : 2021-11-02 오전 6:00:00
대선에서 농업, 농촌, 농민 관련된 얘기가 실종됐다. 그동안 치러진 거대양당의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농업, 농촌, 농민에 관한 토론이 이뤄졌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대한민국 정치에서 농업, 농촌, 농민은 소외된 주제이다. 그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하나는 농촌지역의 인구가 줄어들고 있고, 농가인구도 줄어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마디로 표가 도시에 있으니 농촌에 대해서는 관심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단지 표의 숫자만으로 설명하기에도 너무 무관심하다. 아마도 농촌지역은 지역에 따라서나 연령대에 따라 표의 성향이 정해져 있다고 보기 때문인 이유도 있을 것이다. 가령 영남은 어느 당, 호남은 어느 당을 찍을 것이라는 정치공학적인 계산이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점들을 감안하더라도, 대통령 후보들의 ‘농’에 대한 무관심은 놀라울 정도이다. 물론 대선캠프가 꾸려지면, 관련 기구들을 꾸려서 의견을 수렴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할 것이다. 그러나 후보자의 입에서 언급되지 않는 의제·정책은 누가 집권을 하든 주변화되기 마련이다. 농업, 농촌, 농민은 한국 정치에서 철저하게 배제되는 의제라는 것이 이번 대선 국면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농업, 농촌, 농민의 문제가 단지 농촌지역 유권자들만의 문제인가? 만약 대통령 후보로 나온 사람의 생각이 그렇다면, 그런 사람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 
 
지금 대한민국 정치에서는 주요한 의제가 되지 못하고 있지만, 전세계적으로 정치의 핵심의제는 기후위기이다. 그런데 국가마다 기후위기의 영향은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어떤 나라는 이미 기후위기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한 나라도 있다.  어떤 나라는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면 생존의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지만, 또다른 나라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를 이끌겠다는 지도자라면, ‘우리 나라에는 기후위기가 어떤 영향을, 어떻게 미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생존과 안전을 지킬 수 있다. 
 
그렇다면 기후위기는 대한민국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까? 물론 예측할 수 있는 것은 매우 제한적이다. 코로나19라는 전세계적인 감염병이 이렇게 퍼질 것이라고 예측하기 어려웠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경우에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식량위기’가 닥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기후위기가 농업에 피해를 입혀 식량위기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기후위기에 일찍부터 관심을 기울여온 많은 전문가들이 경고해 왔던 것이다. 
 
그리고 전세계적인 식량위기가 닥칠 경우에 가장 위험한 나라는 식량자급률이 낮은 나라일 수밖에 없다. 그 대표적인 국가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대한민국의 식량자급률은 2019년 기준 45.8%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나마의 식량자급률도 계속 감소하고 있다. 1999년 54.2%였던 식량자급률은 20년만에 10% 정도 감소했다. 
 
더 큰 문제는 지금 추세대로라면 식량자급률은 계속 감소할 것이라는 점이다. 농지면적도 줄고 있고, 농가인구도 줄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대한민국의 경지면적은 156만 천ha였다. 2001년의 187만 천ha에 비하면 20%  까이 감소한 것이다. 이런 경지면적의 감소추세는 꺽일 기미가 없다. 산업단지, 도로, 택지 등의 명목으로 농지가 계속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태양광 발전을 한다면서 농지를 훼손하고 있는 실정이다. 
 
농가숫자도 계속 줄어서 2020년에는 103만 5000가구였다. 2015년에는 108만 9000가구였는데, 5년만에 5만 3000가구(4.9%)가 감소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농지가 감소하고, 농가숫자가 줄어들고 있는데도 대통령 후보를 비롯한 주요정치인들은 ‘농’에 대해서는 발언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대한민국 국민들의 생존이 위태롭다. 
 
도대체 국민의 ‘먹을 것’에 대해서도 신경쓰지 않는 정치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대통령이 되면 하게 되는 선서중에 ‘국가를 보위’한다는 표현이 있다. 그런데 영화 <변호인>에도 나왔던 것처럼 ‘국가는 국민’이다. 
 
그리고 국민은 먹지 않고서는 살 수 없다. 말로는 국민을 위한다면서, 국민의 ‘먹을 것’도 챙기지 않는다면,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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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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