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차기 대선이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간 대결로 압축된 가운데, 최대 승부처는 '2030세대 표심'이 될 전망이다. 2030 표심이 홍준표 후보의 낙선으로 갈 곳을 잃으면서 이들을 향한 구애도 더욱 뜨거워지게 됐다.
2030세대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집토끼로 불렸지만, 조국 사태를 비롯해 여권의 잇단 내로남불과 부동산 정책 실패로 등을 돌린 지 이미 오래다. 오히려 '이준석 돌풍'의 진원이 됐으며,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오세훈 시장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그 바통을 홍준표 후보가 이어받으며 '무야홍'(무조건 야권후보는 홍준표)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그렇다고 윤 후보나 국민의힘이 안심할 수도 없다. 홍 후보의 낙선 직후 국민의힘 집단탈당 움직임을 보이는 등 경선 후유증을 낳고 있다.
이재명, 연일 청년층 공략…공백의 2030 표심 노린다
이 후보는 지난 2일 대전환 선거대책위원회 출범과 동시에 줄곧 청년층 표심에 다가서는 행보에 주력하고 있다. 3일에는 웹툰 작가들을 만나 "문화예술인에 대한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며 2030 작가들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 웹툰시장의 산업 경쟁력 강화와 종사자 양성 및 보호를 강조했고, 4일에는 여의도 한국거래소를 찾아 동학개미의 일원인 2030 개인투자자 보호를 역설했다. 5일에는 대구를 찾아 구직활동 중인 청년과 대학생들에게 자신의 주된 공약인 공정성장을 강조했고, 6일에는 서울 동대문구의 청년주택을 찾아 2030세대의 열악한 주거환경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서울시 동대문구 청년주택 '장안생활' 테라스에서 청년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후보가 청년층 표심에 공을 들이는 건 민주당에 대한 2030세대의 민심 이반이 심각해서다. 지난 2일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실시한 '선거 및 사회현안 12차 정기 여론조사'를 보면,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39.5%, 민주당 26.4%였다. 특히 연령별로 보면 국민의힘은 50대(37.4%)와 60대 이상(50.1%)에서 높은 지지를 얻었고, 18~29세(37.9%)와 30대(43.3%)에서도 민주당(18~29세 19.8%, 30대 29.9%)을 크게 앞섰다.(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참조)
이 후보가 선대위 산하에 '청년과미래정치위원회'를 만들고, 경선 당시 "민주당은 변화를 원하는 민심에 답해야 한다"고 주장한 박용진 의원을 위원장으로 위촉한 것은 여당에 등을 돌린 2030세대 표심을 공략하기 위함이다. 특히 이 후보는 정부 기조에 반하는 암호화폐 규제 완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혜택 등까지 추진할 태세다. 부동산 폭등으로 마땅한 자산 형성의 기회를 갖지 못한 2030세대가 암호화폐와 주식투자를 투자처로 삼은 상황에서 당국의 규제 기조가 이들의 강한 불만을 사고 있다는 데 착안했다.
특히 홍준표 국민의힘 후보를 떠받은 2030이 구심점이 사라지자 갈 곳을 잃었다는 점은 이 후보에게 큰 기회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후보 측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2030의 이탈을 심각하게 보고 있었다"며 "이준석 돌풍, 오세훈 당선, 홍준표 열풍까지, 현실정치에서의 2030 위력은 충분히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의 마음을 다시 민주당으로 이재명으로 향하게 할 방안을 다각도로 구상 중"이라며 "이 후보의 현재 행보도 그런 측면에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윤석열 선출에 분노…"국민의힘 아닌 노인의힘" 집단탈당까지
지난 5일 국민의힘 대선주자로 선출된 윤석열 후보 역시 2030세대 표심 확보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특히 경선 이후 이들이 홍 후보 낙선에 강하게 불만을 제기하면서 집단탈당 움직임을 보이자 당황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민심에서 앞선 홍 후보가 조직력의 당심에서 져, 최종후보가 되지 못했다. 이게 공정이냐"며 "민심을 거스르는 당심, 국민의힘이 아니라 노인의힘" 등의 날선 글도 남기고 있다.
민주당이 한때 집토끼였던 2030을 놓친 것과 달리 국민의힘은 청년층 당원 가입이 폭증하는 이색현상을 보였다. 이는 조직력 하나 없던 이준석 대표를 제1야당의 당대표로 선출하는 강력한 기반이 됐으며, 4·7 재보궐선거에서는 민주당에 큰 격차의 패배까지 안겼다. 여기에 '홍카콜라'로 2030과 소통해온 홍준표 후보에 환호하며 5년 전 막말로 치부되던 그의 화법을 솔직, 시원, 선명하다는 새로운 기준으로 바라보게 했다. 심지어 '무야홍'(무조건 야권후보는 홍준표)을 넘어 '무대홍'(무조건 대통령은 홍준표)이라는 말까지 나돌았다.
6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서울시 송파구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 축산물 코너를 찾아 상점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들의 홍 후보에 대한 뜨거운 지지는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됐다. 같은 조사 결과에서 홍 후보는 이재명 후보와의 가상 양자대결에서 31.5% 대 31.1%로 오차범위 내 접전을 펼쳤다. 연령별로 보면 이 후보는 40대(48.7%)와 50대(36.9%)에서 홍 후보를 앞섰으나, 홍 후보는 18~29세에서 44.0%, 30대에서 42.1%의 절대적 지지를 받아 이 후보를 크게 제쳤다. 홍 후보는 지난 5일 대선 경선에서도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48.20%를 차지해 37.93%의 윤 후보를 압도했다. 다만, 당원투표에서는 34.80%를 얻는 데 그쳐 57.77%의 윤 후보에게 참패, 후보 자리를 내줘야 했다.
윤 후보 입장에서 더 심각한 문제는 이들이 이 후보에게 기울지언정 자신에게는 마음을 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앞선 여론조사 결과를 다시 뜯어보면, 윤 후보는 이 후보와의 가상 양자대결에서 35.1%를 얻어 30.7%의 이 후보를 눌렀다. 50대(46.0%)와 60대 이상(53.5%)의 절대우위를 자랑했지만, 18~29세(이재명 19.2%, 윤석열 16.1%)와 30대(이재명 29.9%, 윤석열 25.2%)에선 오차범위 내에서 이 후보에게 뒤졌다. 홍 후보와 이 후보 간 가상대결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윤 후보가 경선 때부터 "민지(MZ)야 부탁해"를 외치고 청년정책에 집중한 건 2030세대를 취약지점으로 판단한 결과다. 그럼에도 청년층 공략을 위한 대표공약은 눈에 띄지 않는다. 이재명 후보가 기본소득과 기본주택, 기본대출 등 '기본시리즈'를 부각하고 청년층과 접점을 넓히며 '공정성장'을 강조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다만, 홍 후보의 탈락으로 일순간 분노한 2030 표심이 끝내 국민의힘으로 올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청년층은 공정에 이어 부동산까지, 대장동 사태로 좌절감을 느끼며 분노하는 상황"이라며 "결국 윤 후보가 2030세대 마음을 잡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