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중증장애인 탈시설)③누구도 책임 안 져…"누구를 위한 탈시설인가"

"탈시설 후 지원주택 이주자 사망…충분한 의료혜택 못 받아"
의료기관 이용률 해마다 하락…정부, 실태·원인조차 파악 못해
후속 준비 없이 시설 먼저 폐쇄…"중증장애인 죽음으로 내몰아"

입력 : 2021-11-08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전문가, 탈시설 찬반론 진영을 막론하고 정부의 시설 퇴소와 자립 정책에 보완점이 상당하다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
 
전국장애인거주시설 이용자 부모회(부모회)는 지난달 29일 서울시청 앞 기자회견에서 "탈시설 정책이 중증장애인을 죽음으로 몰고 간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들은 △장애인·부모·배우자·보호자 의견 수렴 △자립지원주택 거주 장애인 실태조사 △발달장애인 특성 고려 △탈시설 진행 과정에서 기존 시설 장애인 보호 △시설 신규 입소 등을 촉구했다.
 
부모회는 "지난 7월 자립지원주택으로 이주한 어르신이 충분한 의료혜택을 받지 못해 사망한 예가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실제로 정부 탈시설 정책의 선례가 된 서울시의 장애인 조사도 실태 파악에 부족한 측면이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 연구기관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진행한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 종단연구'에서는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장애인의 의료 기관 이용률이 하락해왔다. 2018년은 응답자의 86.8%, 2019년 77.6%, 지난해 52.2%였다. 조사 대상자는 자립생활주택 입주대기자·입주자·퇴거자다.
 
그런데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이용률 하락 이유를 알아낼만한 문항을 설문에 넣지 않아왔다. 한국장애인개발원 관계자는 "의료 기관을 이용하지 않은 이유가 코로나19 때문인지, 접근성이 떨어져서인지, 건강해져서인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올해 조사에서는 관련 문항을 넣었다"고 말했다.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의 서인환 대표는 "시설에 입소자가 집단으로 있으니 간호사가 붙어있지, 밖에 있는 경우에는 일일이 그럴 수 없다"며 "서비스 전달체계가 굉장히 부족해 지금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거복지에 있어서 법과 실제 사례에 심각한 괴리가 있다"며 "소위 '주거 약자법'에는 장애인이 원하는 편의시설을 갖추게 돼있으나, 실제로는 LH 등에서 돈 들어가는 건 뺀다"고 주장했다.
 
사단법인 한국장애인인권포럼 부설 장애인정책모니터링 센터의 김용구 소장도 "예컨대 주간보호센터에서 받지 못한 중증 장애인이 차선책으로 시설에 맡겨진 것"이라며 "이들을 케어할 수 있는 인프라가 지역사회에 생기기 전에는 탈시설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자립의 중간 단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정순경 전국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 회장은 "일주일에 2번 정도 (시설 밖에서) 살아본다든가 하는 완충을 갖춰야 하는데 지금은 그게 없다"고 지적했다. 서 대표도 "시설 거주자를 의무적으로 로테이션해서 1년에 2달을 돌아가며 자립 생활해보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조한진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최중증 장애인 등의 24시간 활동보조를 정부 차원에서 확충해야 한다"며 "여기에 주거, 최소한의 소득보장, 일자리까지가 탈시설과 동시에 시급하게 기본적으로 해결돼야 할 문제"라고 정리했다.
 
지난 8월2일 양성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이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열린 제23차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 개최 관련 비대면 브리핑에서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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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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