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삼성의 투자이익 절반을 환수한다면

입력 : 2021-11-09 오전 4:00:00
올해 증시에는 새로운 리츠(REITs)가 많이 등장했다. 각각의 리츠가 만들어진 배경은 다 다르지만 시장이 확대되고 다양한 투자기회가 생긴다는 점에서 좋은 일이다.
 
리츠는 안정적인 배당을 한다는 것이 매력이다. 증시가 부침을 겪는 와중에도 리츠는 배당, 그것도 은행에 비해서 꽤 많이, 주기 때문에 요즘 같은 때 리츠로 피신하는 투자자도 꽤 많다. 
 
그러면 리츠가 투자한 사업 또는 자산엔 리츠만 단독으로 투자할까? 아닌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이지스레지던스리츠는 민간임대아파트에 투자했는데 이 사업엔 여러 주체가 함께 참여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이 리츠는 주주들에게 줄 배당금이 중요해 그 성격에 맞게 투자했다. 해당 사업의 우선주에 투자해 배당 우선권을 확보한 것. 대신 나중에 임대주택을 분양전환할 때 발생하는 이익의 상당 부분은 보통주 투자자들에게 돌아갈 예정이다. 이들은 배당을 포기하는 대신 미래의 불확실한 개발이익을 선택한 투자자들이다.
 
이제 무슨 말을 하려는지 눈치 챘을 것이다. 대선기간 내내 이슈가 될 대장동 개발사업도 기본은 이것과 다를 게 없다는 말이다. 
 
우연히도 나는 대장동 개발이 논의되고 시작될 무렵, 2014년 10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대장동에서 가장 가까운 동네, 서판교 운중동에 살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재테크가 메인 분야라서 동네 부동산에도 자주 드나들었고 거기에서 처음 대장동 개발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그때만 해도 중개업소 사람들은 회의적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외진 데 산비탈을 깎아 아파트를 짓는데 아무리 ‘판교’ 이름을 갖다 붙인들 되겠어요?” 이런 식이었다. 부동산이 뜨겁지 않던 시기, 그곳에 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었다. 나도 차를 몰고, 지금은 터널이 뚫린, 야트막한 산을 넘어 두어번 가봤기에 공감했다.  
 
그러다가 2017년 여름 서판교 구석에서 분양한 판교더샵퍼스트파크의 성공을 보고 ‘잘하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었지만 그래도 이만큼 대박이 날 줄은 몰랐다. 
 
옆동네 주민의 시선이라 사업구조를 어떻게 짰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불법이 있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개발을 논의할 당시엔 이 정도 이익이 날 걸 예상한 사람은 없을 거라 확신한다. 
 
투자란 그런 것이다. 미래가 불확실함에도 자본을 대는 행위다. 다만 예로 들었던 이지스레지던스리츠가 투자한 사업처럼 누구는 당장 실현 가능한 안정적인 배당을 선택했고 누군 불확실한 미래의 이익 어쩌면 손실을 택했다. 
 
부동산 폭등 덕분에 대장동 개발이익이 조 단위로 불어났다. 그 돈이 ‘짬짜미’를 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소수에게 돌아간 사실에 온나라가 들끓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여당에서는 개발이익 환수라는 카드를 들고 나왔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발이익을 총사업비의 10% 이내로 제한하자고 말한다. 
 
거꾸로 생각해보자. 과연 나라면 10% 이익 얻겠다고 불확실한 미래에 투자를 할까? 누가 집을 짓겠다고 나설까? 가뜩이나 수도권 공급 부족으로 집값이 치솟은 이 마당에 이런 법안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고, 대장동 비리로 화난 민심을 달래는 처방전이 맞긴 한 걸까?
 
삼성전자가 미래를 준비하겠다며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 모두가 찬사를 보낸다. 그때 누군가 나서서 그 투자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의 절반을 회수하자거나, 10%로 제한하자고 말하는 상황을 상상이나 해봤는지 모르겠다. 삼성에게도 그럴 수 있다면, 동의는 못하겠지만, 인정해드리겠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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