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때아닌 '요소수' 품귀 사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상당수 국민들에게 용어조차 익숙하지 못했을법한 요소수 사태가 단순 수급 차원의 문제를 넘어 정부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 대응 시스템 미비라는 행정적 치부까지 고스란히 드러내는 모양새다.
요소수는 67.5%의 정제수와 32.5%의 요소로 구성된 물이다. 경유 차량에서 나오는 배기가스인 질소산화물을 질소와 물로 분해하는 역할을 한다.
사실 요소수 자체는 차량의 구동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지만 경유를 사용하는 디젤 차량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대기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2015년 이후 '질소산화물저감장치(SCR)'가 의무적으로 장착된 디젤 차량에게 요소수 고갈은 곧 운행 중지를 의미한다.
요소수 대란이 발생한 직접적 원인은 지난달 중국이 석탄 부족으로 요소 수출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중국 자체의 석탄 생산량 감축, 호주와의 무역 분쟁에 따른 호주산 석탄 수입 중단 등 문제가 복합적으로 맞물렸고, 이는 곧 국내 요소수 품귀 사태로 이어졌다.
우리나라는 전체 필요 요소 중 66.1%를 중국에서 수입한다. 특히 공업용 요소의 중국 수입 의존도는 작년에 80% 이상, 올해는 무려 97.66%에 이를만큼 과도하게 높다.
지난달 15일 중국은 요소 수출 전 상품 검사를 의무화며 사실상 수출 제한에 나섰고, 이후 업계에서는 요소수 수급 문제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지적을 여러 차례 제기해왔다. 하지만 정부는 이에 대한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도 못한 채 이달 2일 들어서야 첫 관계 부처의 회의에 나섰다. 정부가 2~3주 정도의 시간을 넋 놓고 허비한 셈이다.
다행히 최근 중국이 한국 기업들과 이미 계약한 물량을 반출하기로 하면서 일단 급한 불은 끄게 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2~3개월 정도를 버틸 수 있는 수준의 물량이라는 점에서 안심하긴 이르다.
결국 이 같은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결국 요소수뿐만 아니라 소부장 산업 자체의 경쟁력 제고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 봐야한다. 요소수를 비롯한 소부장 산업 전반에 걸쳐 수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전략 재고를 비축할 수 있는 국내 생산시설 마련에 대해 전면 재검토할 시점이 됐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는 이미 지난 2019년 한일 무역 분쟁을 통해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일본의 소부장 수출 제한이 국가 경제 전반에 얼마나 큰 타격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경험한 바 있다. 이는 소부장 산업 문제가 한 나라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적인 원자재 수급 상황과 복잡하고도 촘촘한 연결고리로 얽혀있는 데 따른 결과다.
과거에 요소수 사태와 비슷한 소부장 수급 문제를 겪었다는 점에서 정부의 기민하지 못한 이번 대응은 더욱 뼈아프게 다가온다. 특히 이번 대란으로 가장 피해를 본 계층이 화물 운송 등을 생업으로 하는 시민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는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소부장 공급망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는 대계 수립에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
김충범 경제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