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민주당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종합부동산세 전면 재검토'를 부자감세로 규정, 연일 비판에 나선 가운데 최근까지 종부세 완화를 당론으로 정한 바 있어 입장 변화에 대한 지적이 불가피해졌다. 총선 당시 표심을 노려 종부세 완화를 외치더니 대선 국면 들어 이재명 후보의 기조를 좇다 보니 스스로 정책적 혼선을 자초한 모양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16일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윤 후보의 종부세 재검토 발언에 대해 "종부세가 가진 보유세 역할, 재산세로서의 역할, 또 지역균형발전에 기여하는 점, 이런 부분들을 전혀 망각한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유동수 정책위 수석부의장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윤 후보가 '세금폭탄'을 운운하며 종부세 폐지론을 꺼냈다"면서 "얼마나 빈약한 경제인식을 가졌는지 보여준다"라고 직격했다.
앞서 윤 후보는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이 되면 종부세를 전면 재검토할 것"이라며 "이중과세, 조세평등주의 위반, 재산권보장원칙 위반, 과잉금지의 문제 등이 쟁점"이라고 말했다. 또 "종부세를 재산세에 통합하거나 1주택자에 대해선 면제하는 방안도 검토, 내년 이 맘 때면 종부세 폭탄 걱정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윤 후보의 종부세 재검토에 국토보유세 신설로 맞불을 놨다. 국토보유세는 이 후보가 2017년 민주당 경선부터 줄곧 주창해온 의제다. 토지공개념에 입각, 토지 또는 건물을 가지고 있으면 일괄적으로 세금을 걷는 조세 제도다. 국토보유세를 신설할 경우 이중과세 문제가 제기돼 종부세를 폐지해야 하지만, 부동산 과다 보유에 따른 '보유세 부담'이 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투기를 억제하는 효과를 가진다는 설명이다. 조세 저항을 줄이고, 이를 기본소득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의미를 담아 명칭도 기본소득토지세로 바꿨다.
문제는 민주당이 윤 후보의 종부세 재검토 발언에 대한 비판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21대 총선 즈음부터 최근까지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에 따른 민심 이반을 수습한다는 명분으로 종부세 완화 등을 주장해 왔다. 지난해 4월 이낙연 당시 대표는 총선을 열흘가량 앞두고 열린 한 토론회에서 "1가구 1주택의 실수요자가 뾰족한 다른 소득이 없는데도 종부세를 중과하는 것이 큰 고통을 준다는 하소연에 일리가 있다"라면서 "(개정)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4·7 재보궐선거 전후로도 종부세 완화를 주장했다. 3월엔 정순균 강남구청장이 1가구 1주택에 대한 종부세 과세 기준을 공시가격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완화할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재보궐선거 참패 뒤엔 정세균 국무총리가 "1가구 1주택자에 한해 종부세 부과 기준을 조정하는 정도는 종부세를 무력화하지 않으면서도 1가구 1주택자를 존중하게 되는 것"이라면서 종부세 완화 필요성을 시사했다.
민주당은 결국 7월7일 종부세 과세 대상을 '공시가격 상위 2%'로 한정하는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추진키로 했다. 공교롭게도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사람이 윤 후보의 종부세 재검토 발언을 성토한 유동수 정책위 수석부의장이다. 한 달 뒤인 8월31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1가구 1주택자의 종부세 추가공제액을 기존 3억원에서 5억원으로 상향하고, 공제액 6억원과 합쳐 과세 기준을 기존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조정한 게 핵심이다.
이에 당시 정의당은 '부자감세! 기득권야합! 민주당·국민의힘 종부세 개악 야합 규탄'이라는 이름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종부세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의결을 강력 비판한 바 있다.
16일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