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북한의 인권침해를 비판하는 내용의 북한 인권결의안이 유엔에서 17년 연속 채택됐다. 올해는 코로나19 백신 공급을 위한 북한의 협력을 촉구하는 내용과 국군 포로 관련 내용이 첫 포함됐다. 이번 결의안에는 유럽연합 등 35개국이 공동제안국으로 이름을 올렸지만 한국은 3년 연속 불참했다.
북한의 인권침해를 비판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내용의 북한인권결의안이 17년 연속 유엔 인권 담당 위원회를 통과했다. 유엔총회 산하 제3위원회는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열어 북한인권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회원국 중 어느 나라도 표결을 요청하지 않아 표결 없이 모두 동의하는 방식인 컨센서스로 채택됐다. 이번 결의안은 다음달 유엔총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한국은 3년 연속 공동제안국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11일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정부가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하는 문제에 대해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 증진과 함께 (북한)인권 문제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면서 대처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6일 공개한 사진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양강도 동북부 삼지연 시 3단계 건설 공사 현장을 방문해 현지 지도 하고 있다. 김정은 총비서의 공개 활동이 알려진 건 지난달 12일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 개막식 기념 연설 이후 35일 만이다. 사진/뉴시스
다만 외교부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이 실질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함께 노력한다는 기본 입장 하에 작년과 마찬가지로 결의안 컨센서스 채택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의안에는 코로나 백신 운송에 북한이 협력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 추가됐다. 결의안은 “북한의 위태로운 인도주의 상황이 코로나19 대유행의 부정적 영향과 계속되는 국경 봉쇄로 악화된 것에 매우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코로나19 백신의 공동 구매·배분을 위한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 등 인도지원기구들의 접근성을 보장하고 협력해 백신이 공급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또 미송환 전쟁포로와 그 후손에 대한 내용도 올해 결의안에 처음 포함됐다. 한국전쟁 국군포로와 그 가족에 대한 인권침해 문제는 올 3월 유엔인권이사회의 결의안에도 처음 거론된 바 있다.
올해 2월에 발표된 인권최고대표의 북한의 책임규명보고서 내용도 반영됐다.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해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하고 인권 침해에 가장 책임 있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겨냥한 추가 제재를 고려하라고 권고한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이 내용은 2014년부터 8년째 결의안에 포함됐다.
결의안은 이밖에도 △정치범 수용소 △체포·구금·납치에 의한 실종 △강제 이주 △송환된 탈북자에 대한 처우 △사상·양심·종교의 자유 제약 등 북한의 인권 침해 사실들을 열거했다.
북한 인권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어 북한에 강제할 수는 없다. 다만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해 국제사회 우려를 전달하고 압박하는 상징적인 효력이 있고, 북한이 국제사회 약속을 이행하도록 심리적인 부담을 가할 수 있다.
이날 회의에서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사는 “결의안에 열거된 인권침해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대북 적대시 정책의 결과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인권 보호·증진과는 무관한 정치적 책략으로 단호히 부인한다”면서 “인종차별과 경찰 폭력을 근거로 미국과 서방 국가들이야말로 최악의 인권침해 국가들”이라고 반박했다.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가 17일(현지시간) 유엔 제3위원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에 반발하는 공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