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우리 프로그램의 우수성은 인정받았는데 재원이 안 들어오는 구조가 된 것은 곳곳에 걸림돌이 많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200억, 300억짜리를 만드는데 우리는 50억, 100억이 없어 못 한다." (서장원 CJ ENM 전략지원실장)
1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글로벌 콘텐츠 강국 실현을 위한 정책미션과 과제' 정책 토론회. 사진/배한님 기자
해외 사업자가 밀려들어 오는 시장 경쟁 상황에서 한국이 글로벌 콘텐츠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국내 콘텐츠 사업자의 수익이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세계적으로 역량을 인정받고 있는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이 계속해서 좋은 콘텐츠를 만들려면 재투자할 수 있을 만큼의 수익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콘텐츠 업계 관계자들은 1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글로벌 콘텐츠 강국 실현을 위한 콘텐츠 정책 미션과 과제 - 미디어리더스포럼'에서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이 콘텐츠 경쟁력을 가지려면 콘텐츠 가격 현실화와 수익 재분배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천혜선 미디어미래연구소 연구위원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콘텐츠 재투자율(매출 대비 콘텐츠 투자 비용)은 2011년 12%에서 2019년 74%까지 증가했다. 미국의 주요 다채널서비스 사업자의 재투자율은 50% 후반대다. 반면 한국의 콘텐츠 재투자율은 32% 수준에 불과하다.
포럼 참석자들은 콘텐츠 재투자를 위해 콘텐츠 가격이 인상돼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유료방송사업자가 콘텐츠 사업자보다 수익을 더 많이 가져가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김세원 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 정책기획팀장은 "(2020년도 기준) IPTV 3사를 기준으로 콘텐츠 대가와 유통 비용을 단순히 수치화하면 IPTV 사업자가 7할을, 나머지 3할을 지상파를 포함한 200여 개 채널이 가져간다"며 "콘텐츠 선진국인 미국은 우리나라와 정반대 구조다"고 꼬집었다. 김 팀장은 "음식을 배달 시켜 먹고 만원을 내면 7000원이 배달비"라며 "음식 가격보다 배달비가 비싼 상황을 이용자들이 쉽게 납득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유했다.
유료방송사업자 간 마케팅 경쟁을 줄이면 콘텐츠 사업자에게 돌아가는 수익도 늘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김세원 팀장은 "IPTV 결합 상품 고객 한 명을 유치하기 위해 약 40만원의 마케팅비가 투입된다고 한다"며 "출혈 경쟁이 사라지면 이 비용이 콘텐츠 투자로 돌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포럼 참석자들은 선계약 후공급 제도는 콘텐츠 사업자의 안정적인 수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당연한 제도라고 주장한다. 서장원 CJ ENM 전략지원실장은 "해외에서 적극적으로 투자할 생각을 밝히면서도 가장 먼저 지적하는 것이 (콘텐츠 사업자의) 매출 구조가 너무 불확실하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서 실장은 선공급 후계약 관행 때문에 내년 매출을 알지 못하니 투자 유치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