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인 오미크론으로 들썩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의심자로 분류됐던 5명이 오미크론 감염자로 확인됐다. 5명 외에도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이들이 있어 확산 우려가 점쳐진다. 부분적으로나마 일상으로 돌아간 지 한 달 만에 위기를 직면한 셈이다.
전 국민이 오미크론 변이 등장으로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하는 와중에도 장밋빛 미래를 그리는 곳이 있다. 제약바이오업계다. 정확히 말하면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 중인 몇몇 기업들이다.
이들은 아직 개발 단계에 있는 자사 치료제가 변이에도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부풀린다. 특히 약물의 작용기전(약이 효과를 나타내기까지 거치는 과정)을 들어 변이 바이러스를 잡아낼 수 있다고 홍보한다.
그나마 동물 대상 전임상시험에서 확인된 수치를 거론하는 업체도 간혹 있다. 어느 정도 신뢰를 줄 수 있는 과학적 근거지만 효과를 장담하기에는 부족하다.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을 포함해 모든 의약품이 효과를 인정받으려면 임상시험을 거쳐야 한다. 임상에선 단계별로 적게는 수십명, 많게는 수만명을 대상으로 약물의 효능과 안전성을 검증한다.
허가 당국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승인한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은 2일 기준 18건이다. 정식 품목허가를 받은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와 화이자 경구치료제를 제외하면 마지막 관문인 임상 3상을 마치고 결과를 정리해 논문 발표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어떤 약이든 임상이 마무리되기 전에 평가를 절하할 필요는 없다. 가능성이 낮은 것은 사실이다. 후보물질 발굴 이후 임상 3상을 거쳐 시판 후 평가까지 성공하는 확률은 10% 안팎이다. 가능성이 낮다고 해서 출발선부터 비판받아서는 안 된다.
외부의 평가 절하와 내부에서 분출하는 헛된 기대감은 다르다. 자가 발전으로 끌어올린 기대감을 동력으로 삼는다고 좋은 약이 나오지 않는다.
핵심은 후보물질의 경쟁력과 임상 결과를 담은 논문이다. 두 가지를 제외한 비과학적 언어와 바람은 필요하지도 않으며 있어서도 안 된다. 업계에 정통한 한 인사가 "내부에서 객관적이고 냉정한 평가를 거친 후보물질 없이는 치료제를 개발할 수 없다"라며 인색한 평가를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과학적인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았으면서도 변이를 잡을 수 있다고 선언하는 것은 좋게 표현해도 설레발에 지나지 않는다. 합리적 의심을 더하자면 주가 부양을 위한 움직임으로도 해석된다. 특히 오미크론 등장으로 위험 신호가 켜지자 불쑥 나타나 치료 효과 가능성을 언급하는 행위는 목적이 의심된다.
의약품을 정의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는 임상이며, 설명은 과학의 언어로만 채워져야 한다. 임상에서 확인되지도 않은 치료 효과를 기대감으로 포장하는 것은 건전한 업계에서 통용될 수 없다.
바라건대 그릇된 희망을 던져줘 몸집을 불리는 비겁자가 되지는 말자.
동지훈 산업2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