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돌파감염'이 확산되면서 기존 백신이 무용지물이라는 회의론이 번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주요 국가들은 과감하게 백신 의무화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오미크론 확산을 막지 못하더라도 백신 접종만이 중증으로 악화하지 않도록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전세계 35개국에서 보고되면서 초비상이 걸렸다. 오미크론 변이가 처음 보고된 11월 24일 이후 열흘도 채 안돼 유럽·아시아·아프리카·오세아니아·북미·남미 6대주 모든 곳에서 돌파감염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다.
상당수 확진자들이 화이자 또는 모더나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도 감염됐다. 이스라엘 의사 확진자는 화이자 백신을 부스터샷으로 맞고도 오미크론에 감염됐다. 한국의 첫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인 40대 부부도 백신 접종 완료자였다.
거센 확산세에 세계 각국이 국경 봉쇄 등 초강수를 두고 있지만, 백신 완전 접종자들도 돌파감염되면서 기존 백신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새로운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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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 회의론이 불거지고 있지만 서방국가들은 백신 접종 의무화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분위기가 강한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조치다. 그만큼 백신 접종의 중요성을 높게 평가하는 것이다.
독일에서는 전 국민 백신 접종 의무화를 추진 중이다. 독일 총리와 지역 주지사들이 합의했으며, 연방의회의 투표를 거쳐 통과하면 내년 2월부터 시행된다.
백신 접종 의무화 정책이 시행되면 독일의 백신 미접종자들은 슈퍼마켓이나 약국 등 필수 상점을 제외한 사실상 모든 장소의 출입이 금지된다. 식당이나 술집, 공연장, 영화관, 기타 시설 출입은 백신 접종자나 감염 후 회복한 사람만 허용된다.
그리스에서는 백신 미접종자를 대상으로 과태료 부과라는 초강력 대책을 내놨다. 내년 1월 중순부터 60세 이상 연령층에 접종을 의무화할 예정인데, 백신 접종 거부자에겐 매달 100유로(약 13만원)의 벌금을 물릴 예정이다.
미국에서도 오미크론 확진자가 늘고 있지만 국경 차단 보다는 부스터샷 접종을 강화하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국립보건원(NIH) 연설에서 “새 계획에서는 봉쇄 조치를 고려하지 않는다”라며 “대신 백신과 부스터샷 확대, 코로나 검사 확대 등을 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대규모 사업장을 대상으로 자체 백신 의무화 규정 도입을 촉구했다.
전문가들 역시 백신 접종 이후 이상반응의 위험보다 코로나19 감염 후 위험이 더 크다며 백신 접종을 강력히 권고 하고 있다.
숨야 스와미나탄 WHO 수석 과학자는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간) WHO의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오미크론에 대해 아직 충분한 정보가 없긴 하지만, 현재의 코로나 백신이 새로운 변이인 오미크론 변이의 출현에도 중증 예방에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의 앤서니 파우치 소장도 같은 날 백악관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기존 코로나 백신 추가 접종(부스터샷)이 오미크론 변이에도 보호 효과를 제공할 것 같다”며 “반드시 백신과 부스터샷을 맞고, 실내 마스크 착용 등 기본적인 방역 수칙도 잘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초 부스터샷에 반대했던 미국 벨뷰 병원의 셀린 가운더 박사도 이날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부스터샷으로 형성된 면역력이 (오미크론 변이 차단에) 효율적이지는 못하더라도, 항체 숫자가 많으면 그 자체로 바이러스를 압도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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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