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환청과 망상에 시달리다 동네 이장을 정신장애인이 실형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3년에 치료감호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살인죄의 고의, 정당방위, 과잉방위 및 심신상실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상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편집성 정신분열증을 앓는 정신장애 2급 장애인으로 망상과 환청에 시달렸다. A씨는 평소 마을 이장이 정신적으로 자신의 몸을 지배하고 정신도 조종해 자신을 동성애자로 만들고 '죽인다'는 환청이 들리게 한다는 망상에 사로잡혔다.
A씨는 지난해 6월12일 오전 9시 충남 논산 소재 도로에서 논으로 향하던 이장을 보고 자신의 마당에 있던 철제 쇠파이프를 들고 나왔다. 이어 "왜 너 나한테 와서 나의 성기를 발기되게 하느냐. 나의 육체를 막게 하냐. 왜 이런 짓을 하냐"고 말했다.
이장이 자신의 말을 무시하자 A씨는 목과 머리를 쇠파이프로 수차례 휘둘러 살해했다. A씨 측은 살인 고의가 없었고 이장이 삽으로 가격하려 해 방어하려 했으니 정당방위라고 주장했다.
1심은 A씨 주장을 배척해 징역 13년을 선고하고 치료감호 명령도 내렸다. 1심 재판부는 망상에 사로잡힌 A씨가 평소 피해자에 대한 적개심을 품었고, 철제 쇠파이프로 급소를 때리면 사망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 수 있어 살인의 고의가 있다고 봤다.
정당방위 주장에 대한 증거도 없고 이장을 공격한 방식이 부당 공격에 대한 방위가 아닌 적극 공격이라고 봤다.
1심 재판부는 치료감호시설에서 치료받을 필요가 있고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재범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다. A씨에 대한 성인 재범위험성 평가도구(KORAS-G) 평가 결과 재범 위험성이 '높음' 수준인 13으로 나타났다. 임상심리분석관은 A씨 재범 위험성을 '고위험군'으로 평가했다.
항소심도 원심 판단이 맞다며 검사와 A씨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